검찰, "PD수첩 '무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류철호, 배혜림 기자 2010.01.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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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검찰총장 "사법부 판단 불안"‥'法-檢 갈등' 심화 양상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특정 판결에 유감 입장을 밝히고 수뇌부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로 불거진 '법원-검찰'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준규 총장은 이날 법원 선고 직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대검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나라를 뒤흔든 큰 사태의 계기가 된 중요 사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고 밝힌 뒤 서울중앙지검 측에 항소 절차를 밟고 철저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고 "검찰은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라"며 "항소 이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도 "납득할 수 없으며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전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측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항소심을 통해 바로잡겠다"며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와 사건을 기소할 당시 형사6부장으로 수사팀을 이끌었던 전현준 부장검사(현 금융조세조사1부장)는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1년여에 걸친 수사를 통해 사실 왜곡을 확인했고 정정보도청구와 관련한 민사재판에서도 사실 왜곡으로 결론이 났는데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차장은 "이번 사건은 허위보도 여부가 쟁점"이라며 "진실과 허위를 명확히 가려줘야 할 재판부는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에 불과해 중요한 보도내용이 아니다'라고 판단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해당 재판부는 (PD수첩이)협상팀 등 정부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라고 지칭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며 "명예훼손 판단의 기초사실이 되는 '보도가 시청자에게 주는 인상'과 관련해서도 공소내용은 물론 민사재판 판결 내용과 다르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검찰이 총장까지 직접 나서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동안 수면 밑에 가려져 있던 '법원-검찰' 간 갈등이 최고 고비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사법부를 향한 김 총장의 직격탄은 폭발 직전에 이른 검찰의 불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왜곡·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조능희 책임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다우너 소(앉은뱅이 소·downer cow)'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가량 된다'는 보도도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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