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저축은행, 메자닌의 '대박', 또다른 '쏠림'

더벨 문병선 기자 2010.01.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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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경영분석-①]지난해 수익 20배 성장, 외형확대도 나서

편집자주 서민금융기관의 대표격인 저축은행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 '수익이냐, 안정이냐' 두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도매 영업이나 투자은행(IB) 업무를 버리고 소매 영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곳이 있는 반면 IB에만 사활을 건 곳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뾰족한 경영비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과거처럼 덩치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만은 대세로 굳어졌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변화를 맞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영현황을 들여다봤다.

더벨|이 기사는 01월19일(10: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IWL파트너스가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해 개명한 'W저축은행'은 지난해 무려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주 수익원은 '메자닌(mezzanine)' 투자. 새로운 수익원에 목말라하던 저축은행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 '다크호스'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업계 상위권인 현대스위스, 토마토, 솔로몬저축은행 등까지 W저축은행의 성공사례에 자극받아 앞다퉈 메자닌 투자에 나설 정도다.





W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에서 주목할 대목은 메자닌 투자가 집계되는 '기타영업손익 부문'이다. 이자 부문 수익은 수신경쟁으로 줄었고 대출채권 관련 손실도 늘어나 전통적인 저축은행 업무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면 기타 영업손익의 수익 증가가 타 부문의 부족분을 상쇄했다.

이 점이 경쟁 저축은행의 구미를 당겼다. 다수의 대형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새로운 수익원에 목말라 하던 상황이었다.

◇메자닌 투자 '대박'..수익 성장률 20배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저축은행이 지금도 이익을 내는 족족 충당금으로 넣기 바쁘다"며 "돈이 된다면 메자닌 투자든 다른 상품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장성은 충분하지만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향후 주가 상승의 차익을 가져간다는 것이 메자닌이다. 하지만 '분석-네트워크-자금력'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래서 메자닌 투자는 3박자를 갖춘 해외 IB가 과거 주로 다뤘던 상품이다. 해외 IB는 2008년 글로벌 신용경색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 여파로 메자닌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



W저축은행은 이들이 주춤한 사이 틈새를 파고들었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W저축은행이 투자했던 대상 기업은 모두 이런 부류에 속했다. 직원 규모도 IWL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주요 투자 대상은 BW다. 대부분 투자 종목의 주가는 행사가를 웃돌고 5배 이상 오른 종목도 있다.

W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수익이 1000억을 넘었다"며 "분석과 투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그 이전까지 대부분 W저축은행(구 영풍저축은행)의 영업은 여수신 업무와 대출채권 관련 업무가 주력이었다. 고금리 수신 자금을 기반으로 리스크가 큰 부동산PF에 투자하거나 기업 대출에 나섰다가 모조리 물리는 식이다.

◇'쏠림' 우려 씻어야..메자닌 자체의 리스크 관리도 필요

다만 부동산 PF에 이은 또 른 '쏠림' 현상이라는 우려도 있다. 메자닌의 주류를 차지하는 BW의 리스크가 문제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BW를 찍는 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식의 기업"이라며 "사채 이자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은 여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BW는 사모 방식 투자라면 대부분 '기타대출채권'으로 분류된다. 2007년 회계년도에 없던 기타대출채권이 메자닌 투자를 늘리면서 2008년 회계년도에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충당금은 30억원 쌓았을 뿐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PF의 부실을 메우느라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메자닌의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무담보 대출이어서 리스크가 크지만 건전성 분류에서는 대부분 '정상채권'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견해는 나눠진다. "주식으로 투자금 회수가 용이해 담보채권보다 낫다"는 의견과 "발행 기업의 부도 위험에 담보 없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신중론이 팽팽하다. 다수의 저축은행이 메자닌에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어 증시가 정체되거나 예기치 않은 침체에 들어설 때 과거 부동산 PF와 같은 부실이 또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외형 확대 예상..명동에 2호점 준비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한 지 약 2년. W저축은행은 그동안 내실을 다지는데 시간을 쏟았다. 외형 확대도 조심스럽지만 진행되고 있다. 화제를 모은 1호점에 이어 2호점을 올해 중반 명동에 개설할 계획이다.



W저축은행 다른 관계자는 "예전처럼 저축은행간 자산 경쟁에 나서는 흐름은 요즘 없다"며 "수익성을 기반으로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W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벌써 배 가까이 커졌다. 자산 증가율은 64%로 업계 평균(19.1%)을 크게 상회한다. 따라서 W저축은행의 숙제는 덩치를 키우면서도 구성자산의 안전성을 얼마나 충실하게 유지하느냐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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