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강진에 금가는 與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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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사이에 둔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 충돌을 불사할 태세다. 일부에선 분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총리까지 엮이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정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실상 차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된 셈이다. 정 대표의 19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런 의지가 읽힌다.



정 대표는 이날 KBS1라디오에서 방송된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해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수정안에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 등을 충족시키려는 지혜와 정성이 녹아 있다"며 다시 한 번 수정안 찬성 입장도 밝혔다. 정치권에선 친박의 반대에도 갈 길은 가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날 박 전 대표와 설전을 벌인 데 이은 강수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 세종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사안"이라며 수정안 당론채택 반대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세종시 내홍이 '대리전'에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협상파의 입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서 나온 '무기명 비밀투표' 제안도 박 전 대표가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물 건너갔다. 정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월 중 당 지도부가 당론채택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은 유례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껏 묻어뒀던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다. 세종시 문제를 두고 사실상 이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를 두고 당 내에서 자극적인 용어가 난무해 우려된다"며 "민주정당에서 의견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당이 걱정할 정도로 극한적인 용어는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는 방식 때문에 잃는 게 많지 않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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