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 '입주대란' 빈집 수두룩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0.01.1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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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회피용 물량 대거 완공, 건설사 금융비용 증가 등 '유동성 비상'

건설업계가 '입주대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해약된 채로 완공된 아파트가 무더기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방 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각 단지마다 빈집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입주 지연은 금융비용 증가와 함께 여타 사업장의 사업계획 수정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건설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심한 경우 업체들의 유동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제2의 건설 부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상한제 피한 공급 폭탄, 이번엔 입주 폭탄으로=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경기도에서는 총 3만6000여가구가 신규로 입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입주 물량의 6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3분기 경기도 신규 입주 물량이 1만~2만여가구 였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빈집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주한 남양주 진접의 한 아파트는 입주 지정기간이 끝난 이달 14일까지 입주율이 60%에 머물렀다. 10채 중 4채가 빈집인 것이다.



분양 당시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판교신도시의 한 단지 역시 지난해 11월 입주가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50%도 차지 않는 등 지난해 4분기 입주가 시작된 단지 중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입주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2007년 하반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7년 4분기 분양 물량은 전국적으로 7만여가구, 경기도에서만 4만여가구에 달할 정도로 '밀어내기 분양'이 절정을 이뤘고 당시 분양단지들이 최근 입주를 시작하면서 물량이 몰렸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확대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어 입주예정자들이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 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입주 지연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탓에 전세로 돌리려 해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입주 부진에 유동성 확보 '비상', 미분양도 꾸준히 늘어=이같은 입주 지연은 해당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대부분 입주 전후로 공사 대금을 완전히 회수해 해당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갚아야 한다.

따라서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금융비용을 추가로 물어야 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경우 금융비용 증가뿐 아니라 다음 사업장에 대한 자금조달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금 확보에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는 구조가 된다.



올해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9만여가구로, 지난해보다 1만가구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 입장에선 입주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세제감면혜택 종료시기가 임박한데다, 최근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입주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와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으로 건설사들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의 분양시장 상황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분양이 한창이던 2007년 하반기 때와 비슷하다"며 "만약 경기가 악화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된다면 밀어내기 분양 후폭풍으로 시장이 휘청거렸던 2008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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