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금융인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2010.01.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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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금융인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작년 이 무렵만 해도 월가의 금융위기가 가져올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를 엄습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최악의 상황은 면해졌고 이제는 오히려 출구전략이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본산지인 미국이 야기한 금융위기가 남기는 여파는 작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근본적인 것은 금융시장을 보는 우리 '시각'의 변화가 될 것이다.

위기 이전 학계의 금융시장에 대한 합의된 견해는 '효율적 시장가설'이었다. 투자자는 합리적이고 합리적 투자자의 의사가 결집되어 움직이는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이론이다. 혹 일부 투자자가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 하여도 이들은 합리적인 투자자들에 의하여 구축될 것이므로 시장효율성을 해치지는 못한다는 부연이 붙기도 한다.



1994년 멕시코 위기, 1998년 아시아 위기 등 일련의 신흥경제의 금융위기는 이 효율적 시장가설을 흔들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번은 경우가 달라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국학계 자체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투자은행, 신용평가기관 등의 유인체계가 잘 못되어 위험관리를 도외시한 단기적인 이익추구가 과도하였다는 원인진단은 차라리 온건하다. 방법이 간단치는 않겠지만 유인체계를 바로잡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효율적 시장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는 또 다른 흐름의 원인진단은 시장의 효율성과 투자자의 합리성을 부정하는 설명이다. 간단히 말해 투자은행의 탐욕, 투자자의 충동 등이 위기를 야기하였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행태재무이론'이다.

이미 90년대 시작되었지만 금융위기로 힘을 확실히 받는 모습이다. 관련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행태이론을 반영한 교양서적이 널리 읽히고 있다. 투자자 합리성과 시장효율성을 의심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그 같은 시각이 학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급속히 전달되고 있음이다. 토마스 쿤이 이야기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겪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는 금융학자와 금융산업 종사자에게는 혼란기이다.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인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각자 금전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살아간다. 다른 산업의 종사자와 동일하다.


위기 이전이라면 이와 같은 경제적 활동에 대해 죄책감이나 사회적 부채감을 느낄 이유도 전혀 없었다. 아담 스미스가 설파하였고 이제는 상식이 된 유명한 정육점 주인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 각자가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하여 행동할 때 보이지 않는 손, 즉 효율적 시장에 의하여 사회의 이익도 극대화된다는 주장이다. 각자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사회적 기여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해상충행위만 피한다면 부를 추구하는 것이 금융업의 사회적 존재이유이자 금융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인 셈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이렇게 시장경제의 윤리로 전환되며 금융인의 행동지침이 되었다. 이것이 사실 나 역시 과거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일 투자자가 합리적이 아니고 시장이 효율적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와 회사의 이익극대화를 위하여 행한 투자권유, 매매 등이 투자자의 비합리성을 조장하거나 활용하며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것일 수가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여 축적한 부가 투자자와 국민경제의 후생을 증진시킨 대가가 아닐 수가 있다.

그러면 금융업과 금융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금융경제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이것이 개인의 행동윤리로 완성될 때까지 이에 대한 답은 각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우리 모두가 사회적 책임의식을 좀 더 가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또 금융으로 큰 재산을 축적하였다면 그 상당부분이 어쩌면 사회적 기여를 상징하기보다는 사회적 부채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겸손함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 이 시대 최고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 사회적 기부에서도 최고인 이유가 이 때문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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