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암초' 걸린 李대통령, 세종시 항로 우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10.01.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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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순연, 당분간 수정안 지지 여론 확산에 주력

세종시 수정을 향해 질주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호흡조절에 나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초강수로 여권이 분열 위기까지 몰리고 충청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朴암초' 걸린 李대통령, 세종시 항로 우회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2차 국민원로회의를 열었다. 정치권, 학계, 종교계를 망라한 사회의 원로들에게 세종시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오찬을 겸한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길어져 2시간 반 가량 이어졌다.



"수도분할은 국익을 포기하는 행위"(노신영 위원)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충청도민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 박 전 대표도 만나는 게 좋겠다"(이만섭 위원) "좀 더 큰 안목으로 살펴야 한다. 감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문제"(김수한 위원) 등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통령도 당초 예상과 달리 '세종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묵묵히 원로들의 조언을 듣던 이 대통령은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전반에 차질을 빚는 우(遇)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하루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다. 올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어느 한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일을 당장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적, 미래적 관점에서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발언 가운데 "특정 문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목에 관심이 집중됐다. 누가 봐도 세종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수행할 일이 많은데, 어느 한 문제 때문에 다른 일이 차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어 "지금 마치 세종시 한 문제만 있는 것처럼 관심이 뜨거운데 우리가 할 일은 세종시 말고도 많다. 그 일은 그 일대로 하면서 다른 국정도 계획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론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완급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대국민 특별기자회견과 충청권 방문도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여권내 친박계와 충청민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당분간 각계각층을 향한 조용한 설득을 통해 세종시 수정 여론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원로에 이어 15일에는 대학 총장단, 18일에는 여성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울산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은 것처럼 민생 현장 행보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 다음 달 중순 설 연휴 전까지 긴 호흡으로 민심설득에 주력하면서 찬성 여론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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