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작은 정주영...티에스엠텍 마대열 사장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0.0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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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블루칩]가출소년에서 중견 기업 경영인으로

울산의 작은 정주영...티에스엠텍 마대열 사장


티에스엠텍 (120원 ▼141 -54.0%) 안산공장 마대열 사장(55,사진) 집무실에 가면 탁자 유리 아래 탈수 정제탑(Dehydration Tower) 사진 한 장이 놓여 있다. 지난 2004년 삼성석유화학으로부터 수주한 제품이었다.

당시는 지금의 본사인 울산공장을 투자하고 있을 때. 공장이 다 지어지기도 전에 따낸 수주였다.



"잘 나가던 업체와 경합이 벌어졌습니다. 생산 경험이 없던 우리는 그들의 경쟁상대가 못됐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수주해야 했어요. 수주 경력이 있어야 울산 공장 완공과 함께 수주행진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원재료비만 43억원이 소요될 것을 알면서 23억원을 써내 수주에 성공했다.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그래도 이 경력 덕분에 오늘날 울산에 2공장까지 갖추고 연 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종학력 초등학교 중퇴. 가난이 싫어 가출해 미친 듯이 일한 소년. 울산 기업인들 사이에서 마대열 사장은 '작은 정주영'이라고 불린다. 소년 마대열은 닥치는 대로 일만 했다. 1969년, 애늙은이가 돼버린 16세 소년은 왕십리에 있던 볼트, 너트 생산업체 '세창공업'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멘토를 만난다.

"어느날 사장님이 불러서 갔더니 '대열아 너는 기술자가 아니라 장사꾼이 돼라. 넌 장사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날로 을지로 대리점에 나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삼성석유화학에 납품한 탈수정제탑(Dehydration Tower).↑2004년 삼성석유화학에 납품한 탈수정제탑(Dehydration Tower).
티에스엠텍이 지금의 티타늄 등 특수소재를 이용한 산업용 장비, 부품 생산업체로 자리 잡기 전까지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한때 전자재료인 쉐도우 마스크를 만든 적도 있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 승부를 건 것이 오늘날 중화학 장비 제조다.


티에스엠텍은 울산과 온산, 안산공장에서 석유화학, 발전설비 장비와 기계부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1850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옵션계약(키코) 영향으로 5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에는 경기 회복으로 원자력을 포함한 발전부문은 물론 석유화학 건설에 따른 대규모 발주가 예상돼 사상최대 매출인 3300억원과 6000억원 수주가 기대된다. 영업이익률도 12%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이 두 자리 수로 회복하기는 지난 2006년 이후 4년만이다.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콘덴서↑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콘덴서
양질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건 원자력 발전산업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던 석유화학 장비에 비해 매출 비중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던 발전설비가 2008년에는 453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20.3%에 달했다. 올해는 거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대열 사장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고가의 특수소재인 티타늄 장비를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티에스엠텍은 2005년부터 한국전력 산하 6개 자회사에서 원전 기기 인증절차를 마치고 2008년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시바의 협력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해 신고리3,4호기에 1400MW급 티타늄 컨덴서를 512억원에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체 지분의 12.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재산가치나 후계구도가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할텐데 그는 욕심이 없다. 지인의 아들이자 창업 동지이기도 한 2대주주 박대주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건 직원들 모두 알고 있는 약속이다.



그는 말한다. "이 회사는 직원들 것이지 내 것이 아닙니다. 난 지분이 좀 많은 관리 직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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