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근혜 입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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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굵직한 사안마다 미묘한 '동맹'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다. 세종시 수정론을 꺼낸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야당의 질타는 거셌다. '정운찬 국감' '세종시 국감'이란 말이 나왔다.

정부는 사실상 수정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과도 공감대가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 지도부는 "원안 고수가 당론"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10월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문이었다. 선거에 영향을 줄 걸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일단 꺼내놓은 '보따리'를 언제 어떻게 풀지가 관심사였다.



그때 민주당 반응이 '엉뚱한' 쪽으로 튀어나왔다. 연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 총리를 향한 화살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돌아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그달 19일 최고위원회에서"박 전 대표는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당시 박 전 대표가 직접 찬성투표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선 원안 고수 입장을 시사한 박 전 대표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봤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초 미디어법 정국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을 목격했다. 미디어법을 두고 여야 점거농성이 한창이던 1월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해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실력저지에도 속도전을 포기하지 않던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한 마디에 '전장'에서 물러섰다.

이번 세종시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박 전 대표와 '공조'에 기대를 건 기색이다. 50∼60명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의 수장인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회 의석구도상 수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정안 처리를 막고 여권 내부 분열까지 볼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14일 이강래 민주당 대표가 고위정책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를 2월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정안 처리를 재촉하며 여권 내분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가 여권 내홍으로 흐를수록 모든 초점이 박 전 대표에게 쏠리게 된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더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여론의 시선도 '이-박' 회동에 가 있다. 이미 정국 폭풍의 한가운데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바닥 민심 다지기에 주력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세종시 저작권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민심 다지기로 존재감을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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