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실상 수정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과도 공감대가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 지도부는 "원안 고수가 당론"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10월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문이었다. 선거에 영향을 줄 걸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일단 꺼내놓은 '보따리'를 언제 어떻게 풀지가 관심사였다.
"2005년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당시 박 전 대표가 직접 찬성투표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선 원안 고수 입장을 시사한 박 전 대표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봤다.
이번 세종시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박 전 대표와 '공조'에 기대를 건 기색이다. 50∼60명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의 수장인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회 의석구도상 수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정안 처리를 막고 여권 내부 분열까지 볼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14일 이강래 민주당 대표가 고위정책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를 2월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정안 처리를 재촉하며 여권 내분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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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종시 문제가 여권 내홍으로 흐를수록 모든 초점이 박 전 대표에게 쏠리게 된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더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여론의 시선도 '이-박' 회동에 가 있다. 이미 정국 폭풍의 한가운데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바닥 민심 다지기에 주력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세종시 저작권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민심 다지기로 존재감을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