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뒤바뀐 '세종시 전략'…"시간은 누구편?"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1.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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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간 갖고 긍정여론 확산" vs 野 "수정안 조기 침몰시켜야"

'세종시 시계'를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이 정반대로 변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확정된 뒤 양쪽의 '시간 전략'이 서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세종시 수정안 마련 등에 속도를 냈지만 이제 긍정여론 확산을 위해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반면 여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간 갈등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민주당은 조기에 수정안을 국회에 올려 '부결처리'해야 한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충청권을 비롯 국민을 상대로 확정·발표된 수정안의 장점 특히 원안과의 '비교우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여당에 다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록 충청권에서는 반대 여론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찬성 여론이 앞서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특히 혁신·기업도시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해소에 주력하는 등 긍정 여론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충청권 여론을 완전히 찬성 쪽으로 돌리기 어려운 가운데 '우회 전략'을 택한 셈이다. 만약 충청권 외 지역에서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질 경우 역으로 충청권의 긍정여론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게다가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을 각개격파 또는 회유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여당 일각에서 국민투표로 세종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수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몰이 작업에 들어갔다. 친이·친박간 내부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긍정여론 확산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정 대표는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일시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 해도 올바르게 고쳐나가려고 애쓰면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별 입장을 버리고 국가 전체를 생각해 나가며 최선을 다할 때 신뢰는 새롭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월 중순 쯤 세종시 수정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법안이 제출되기 전이나 후에도 신중하게 논의해 처리하겠다"며 "충청 주민이 보다 확신을 갖도록 대안이 어떻게 추진되고 완성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 대안의 현실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안의 조기처리보다는 신중한 논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와 안 원내대표,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 장광근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충청권 천안을 방문한다. 형식은 신년교례회 겸 국정보고대회지만 실제 내용은 세종시 수정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다.

한나라당은 전국 순회 국정보고대회를 잇따라 개최해 긍정 여론 확산의 촉매제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19일에는 대전시당 국정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다음달초까지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별 국정보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실탄(각종 지원)'을 동원해 혁신·기업도시에 대한 혜택을 늘릴 경우 여론 향방이 어떻게 돌아설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형지 공급 확대에 따른 전국 난개발 우려 등으로 맞서고 있지만 정부의 '물량 공세'가 향후 여론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세종시 문제가 2월 내에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속전속결을 통해 수정안을 부결시킨 뒤 원안으로 고수하겠다는 것.

이 원내대표는 또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여론을 외면하다 왜 지금 와서 모든 언론기관을 총동원해 여론조작을 하는 것인가"라며 "국민투표로 세종시 문제를 결정하자는 주장도 헌법 72조를 정면 위배한 것으로 맞지 않으며, 세종시 문제는 국회내 논의 과정을 통해 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처리를 국회 내부 문제로 한정함으로써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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