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세일즈맨' 변신 유재한 사장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01.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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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매각 강조...'흥행' 성공시킬까

하이닉스 '세일즈맨' 변신 유재한 사장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하이닉스 (236,000원 ▲6,000 +2.61%) 반도체 '세일즈맨'을 자처했다.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하이닉스 투자 설명회에서다. 기업 매각을 전제로 한 투자 설명회(IR)는 드문 일로, 유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유 사장은 이날 투자자를 상대로 직접 하이닉스의 가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간 보유지분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이 주도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랐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을 때는 '정치적인 리스크' 탓에 채권단간 이견도 많았던 게 사실. 정책금융공사로 지분이 넘어간 뒤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새 사업을 펼치려면 보유 지분을 서둘러 팔아 '현금'을 손에 쥐어야 하는 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유 사장은 '유연한', '오픈', '협의' 등의 부드러운 단어를 자주 꺼냈다. 심지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라면 정책 당국에 제도개선까지 건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독과점 규제로 인해 대기업이 하이닉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사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20%이상 지분을 사거나, 반대로 인수 지분을 5%이하로 낮춰 계열사가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채권단이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보유 지분 28.07% 가운데 15~20%만 팔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게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곧바로 "만일 (인수에) 진정성이 있고,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저희들이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다른 방식을 찾거나 제도개선 문제까지 포함해 정책 당국에 전의할 용의도 있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인수자금 카드도 내놨다. 시가총액 11위의 대형 매물을 소화하는 데 자금 문제가 걸린다면 채권단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것. 해외에서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더라도 제약을 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유 사장은 "유연한 거래 구조를 만들 것이고, 인수 지분 비율이나 인수자금 등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갖고 매입 구조를 만들어 온다면 적극적으로 상담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의 적극적인 '세일즈'에도 설명회는 시종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70여명의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채권단 관계자거나 기자들이었다. 매각 의지는 충분히 보여주었지만 새로운 내용이 없었던 게 참석자들의 호응을 제한했다.

직전 매각 때는 효성 (59,000원 ▲1,100 +1.90%)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막판 발을 뺐다. 재입찰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나 인수 의향을 보인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인수의향서 마감일은 오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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