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정치권은 '혹한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13 16:43
글자크기
정치권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도, 야도 냉가슴만 앓는 모양새다. 집밖이 아니라 집안 문제라 하소연조차 못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여권 고충의 키워드는 '세종시'다. 한동안 여론 흐름을 보며 침묵할 것이란 일부 예상과 달리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 입장을 못박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일부에선 계파간 전면전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수정안 통과를 위한 당론변경, 국회처리, 협상 가능성까지 모두 차단한 내용이었다. 충청민심과 국민여론을 먼저 설득하고 당내 이견을 조율하려던 지도부의 계산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만 보자면 친이(친이명박)계로선 민심 설득 뒤 강행돌파만이 남은 상황이다.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산발적으로 나왔던 타협론이 단번에 모습을 감췄다. 영남권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한동안 '딴소리'가 나오긴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친이계에선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차기'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 주도로 사립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박 전 대표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간 장외 투쟁을 이끌었던 때도 떠올리고 있다. 그만큼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다 당이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와 별도로 당 지도부가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불안요소다. 사건의 발단은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 교체 문제다. 친이계와 정몽준 대표 측의 미묘한 대립 기류가 내재돼 있다.

정 대표는 신년 당직 개편을 계기로 자신과 불화를 빚어온 장 사무총장을 교체하려고 했다. 지난 8일 당청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밝히고 11일 후임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새 진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이계 반발로 사무총장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개편 시점을 미뤘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에서 정 대표 측근이 일부러 교체설을 흘리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미디어법·노동법 정국 후폭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세종시 반대 발언으로 여여 갈등이 불거지면서 세종시 논란에서마저 밀려난 모양새다.

당장 풀어야 할 당내 현안은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다.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변수는 당내 '친노(친노무현) 386'의 반발이다. 친노계 안희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당을 뛰쳐나가 당을 향해 총질을 한 행위에 대해 분명히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 의원의 복당신청을 두고 '사당주의(私黨主義)'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환노위원장 징계 문제 역시 골치다. 추 위원장은 당내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당내에선 당론과 반대로 노조법을 처리한 것은 해당행위이자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 것이란 비판이 강하다. 추 위원장도 지난 1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지도체제는 약점이 많다"고 맞받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항의해 사퇴서를 냈던 천정배 장세환 최문순 의원의 원내 복귀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조경태 의원은 "천 의원 등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정세균 대표도 사퇴성명서를 발표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