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루츠 GM 부회장 "현대차, LG화학 '훌륭'"

디트로이트(미국)=박종진 기자 2010.0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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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전설 "1등보다는 수익 내야"

밥 루츠 GM 부회장 "현대차, LG화학 '훌륭'"


세계 자동차업계의 전설, 밥 루츠(78) 제너럴 모터스(GM) 부회장(사진)이 현대차 (239,500원 ▲2,500 +1.05%)를 '심각한 경쟁상대'로 꼽았다.

그는 또 GM을 더 이상 '1등' 타이틀에 구애받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이끌겠다며 하이브리드 기술도 중형급 이하 차량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밥 루츠 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전시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현대·기아차가 과거 디자인이 미흡했지만 요즘은 훌륭한 차들을 내놓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를) 심각한 경쟁상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밥 루츠 부회장은 그간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이른바 '빅3'의 최고경영자(CEO)급을 모두 지내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특히 글로벌 제품개발 부문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터여서 현대차 품질에 대한 호평의 무게가 남다르다.

밥 루츠 부회장은 또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 (348,500원 ▼5,000 -1.41%)에 대해서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지금까지 LG화학과의 관계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본격 양산형 '볼트'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업체는 제2, 제3의 업체와 추가로 거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핵심 부품은 공급 안정성을 위해 2개 이상의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는다는 GM의 기본 원칙 때문이다.


원래 백전노장 밥 루츠는 지난해 말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며 은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뉴GM이 출범하면서 그의 은퇴는 미뤄졌다.

그는 수 십 년간 글로벌 최정상 자동차업체들을 이끌어 왔지만 외형에는 집착하지 않았다.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건실하게 수익을 내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밥 루츠 부회장은 "규모를 쫓으면 과거 토요타의 와타나베 회장처럼 우매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볼트'에 자신감을 보였다. 일반 순수 전기차와 달리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 및 가열시켜 장거리 운행과 추운 날씨에 정상운전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내년 1만1000대, 2012년부터는 연 6만 대 가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현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이후 전륜 및 후륜구동 준중형, 중형차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는 "전기차의 보편화는 점차 가시화되겠지만 20년~25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대한 업체들의 투자 범위는 신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밥 루츠 부회장은 지난 2001년 9월 GM 제품개발 부회장에 올랐으며 98년까지는 크라이슬러에서 판매, 마케팅, 제품개발 등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부회장을 맡았다. 앞서 86년 크라이슬러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포드에서 12년간 일했으며 트럭사업 담당 총괄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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