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수정안, 국민약속 어기고 신뢰 잃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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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은 변함없었다.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도 거부했다. 여권 내 논란을 자제하면서 충청민심 설득에 주력하려던 친이(친이명박)계는 난감한 기색이다.

박 전 대표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수정안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안은 다 빠지고 '플러스 알파(α)'밖에 없다"며 "그런 내용은 행복도시특별법의 자족도시 내용에 이미 들어있고 원안이나 플러스 알파 범위에서 얼마든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청여론이 호전돼도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과 약속을 여러 번 했고 법으로 제정된 것을 갖고 나를 설득하겠다고 해서 충청도민을 먼저 설득하라고 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는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가능성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입장을 밝혔는데 얘기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이날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언급한 데 대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얘기다. 약속할 때는 얼마나 절박했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친이계 일부 의원이 자신을 '제왕적 보스'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국민과 약속을 지키라는 게 제왕적이라고 하면 제왕적이라는 얘기를 100번이라도 듣겠다"고 말했다.

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지난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버스 운전사가 당초 준 지도대로 길 가다 보니 밑이 낭떠러지라서 승객에게 물어봐서 더 좋은 길로 가려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승객들은 그렇게 안 본다"며 "(수정안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예고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수정안 발표 하루 뒤 친이계가 여론전에 나선 가운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 친이·친박(친박근혜)간 공방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시간을 갖고 당내 이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현명한 모습이 아니다"라며 "한나라당 의원 모두 국민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4일 충남도당 국정보고대회와 19일 대전시당 국정보고대회를 열어 충정권 설득에 나설 계획이지만 야권과 충청권 반발에 이어 친박계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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