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행장, 여지점장 파격 발탁한 이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01.1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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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인사실험, 주택가 주요점포 새내기 여지점장

↑김정태 하나은행장↑김정태 하나은행장


"작지 않은 점포인데 믿고 맡길 테니, 열심히 해보세요."
 지난 4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임 사령장 수여식. 김정태 행장(사진)이 60여명의 지점장 승진자 중 한 직원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은 등촌2동 지점을 새로 맡게 된 강미령씨(50. 사진 아래)다.

강 지점장은 이날 주목받는 '스타'였다. 여성 책임자급에서 지점장으로 전격 발탁된 이는 강 지점장을 포함해 모두 3명. 은행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파격인사다. 강 지점장의 경우 승진하기 1년 전 마케팅팀장으로 자원한 이력도 있다.



↑강미령 등촌2동 지점장↑강미령 등촌2동 지점장
여성은행원은 지점창구나 서류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강 지점장은 발로 뛰는 여신업무를 자청했다. 대형 법무법인 3곳과 우량직군인 의사고객을 많이 유치했다. 그가 소속된 지점은 지난해 1등 지점으로 뽑혔다.

하나은행은 강 지점장에게 주택가에 있는 점포를 선뜻 내줬다. '새내기' 지점장에게 주요 점포를 맡긴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는 '여성리더의 전략화'라는 김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나은행의 여성지점장은 모두 48명으로 소매영업점 402개 중 12%를 차지한다. 시중은행 중 높은 수준으로 부장급 여성관리자까지 합하면 이 인원은 60명에 달한다. 물론 다른 업권의 여성리더와 비교하면 아직은 턱없이 적다.

김 행장은 "2010년대는 은행권에서도 여성의 전략화가 최대 중심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연차가 낮더라도 마케팅 팀장급 여직원들을 지점장으로 계속 발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업이야 말로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한 '감성산업'이란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여성마케팅팀장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모방식을 통해 최대 100여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능력이 입증된 직원은 곧바로 지점장으로 발탁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여성의 의사결정권이 커지는 추세여서 경제권을 쥔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중요하다"면서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선 남성지점장보다 여성지점장이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008년 12월부터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업권의 리더들을 초청,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거나 직접 연극, 패션쇼 등에 참여하도록 해 '감성'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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