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두번 울리는 '취업장애물' 치우자

신희은,황국상 기자 2010.01.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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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어깨걸이'포옹']<2>"소극적 정부지원 문제".. 4ONG에서 정보나눠요

"우리 일은 발로 뛰어서 하는 일인데 그 몸으로는 안 돼요."

강현진(30·가명) 씨는 아직도 그 날 면접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몇해전 강씨는 한 공공기관 7급 공채에 응시했다. 장애인 할당이 있다는 소식에 용기를 낸 것. 지체장애 2급이지만 필기까지 합격했다. 강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영어, 스페인어로 자기소개를 마친 강씨에게 면접관은 대뜸 "그 몸으로는 여기서 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면접관은 언뜻 봐서는 장애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경증장애인 면접자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강씨는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채용공고에는 장애 종류, 정도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며 "면접관 태도를 생각하면 합격했어도 일하면서 귀찮은 짐짝 취급을 얼마나 당했을까 싶어 차라리 다행"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 국내 장애인 고용, 단순노무직 집중=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따르면 2008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15세 이상 장애인의 수는 207만1596명이다. 15세 이상 국내 전체인구(3959만8000명)의 5.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인구수 대비 취업자수)이 59.5%임에 비해 같은 연령대의 장애인구 고용률은 37.7%(207만명 중 78만명)로 훨씬 낮다. 경제참여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이중 임금근로자는 57.8%, 자영업자는 33.4%다. 무급가족 종사자로 분류된 이들도 8.8%에 달한다. 그나마도 임금근로자인 장애인 중 49.7%는 단순노무직이다.

장애인 두번 울리는 '취업장애물' 치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장애인 고용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의 장애인 예산을 운용하는 데 비해 한국은 단 0.1%의 예산만 책정해두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를 계기로 '국격'(國格)을 높이자고 부르짖는 나라치고는 초라한 규모다.

◇ 고용주 인식부족, 장애인 잠재력 못봐=전문가들은 국내 장애인 고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이유로 고용주의 무관심과 인식 부족을 든다.

고등영 '장애인 고용을 돕는 모임' 사무총장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오너, 임원들이 장애인 고용을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일, 비즈니스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기보다 손쉬운 부담금 납부를 택한다는 것. 고 사무총장은 그러나 기업이 장애인에 적합한 일감과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효율성과 조직문화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실제 2002년부터 7년간 장애인 30명을 고용, 재택근무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는 중견기업 EK맨파워의 경우 이 같은 효과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김동규 EK맨파워 대표는 "교육을 통해 장애인에게 적합한 일감과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게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 때문은 아니다"며 "정부에 낼 부담금을 장애인 고용과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이들의 능력을 개발, 일반인 못지않은 업무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꾸준한 교육을 통해 IT, 소셜 네트워킹, 그래픽디자인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장애인 두번 울리는 '취업장애물' 치우자
◇ 제도 만들고 세금만, 정부도 지원부족=고등영 사무총장은 또 "정부가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근무환경개선,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991년부터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마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이 장애인력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토록 하고 있다.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고용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국내 5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고용인력의 2%를, 공공기관은 3%를 장애인에게 할당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규모에 따라 월 수백만원 정도의 부담금만 납부하면 돼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계자는 "1991년 1%에 불과하던 장애인 고용률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고용주를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돼 제도에 동참하는 기업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관련제도를 마련하거나 미이행 기업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가져도 장애인 전용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갖추는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 '포옹'이 장애인 고용의 물꼬=
EK맨파워와 머니투데이가 함께 만드는 장애인 전문 메타블로그 '포옹'은 이 같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소통의 장'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채용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부, 장애인 단체, 일반인과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게 '포옹'의 취지다.

김동규 EK맨파워 대표는 "그동안 정부,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과 직접 소통하고 이들의 채용을 성사시키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기업이 직접 동참해 양질의 고용 정보를 나누고 장애인 고용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포스코가 만든 스틸하우스 설계업체인 포스위드에서 한 장애인이 웃으며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장애인고용공단↑ 포스코가 만든 스틸하우스 설계업체인 포스위드에서 한 장애인이 웃으며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장애인고용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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