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정부부처 이전 백지화 배경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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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조∼5조 행정비용 초래…통일 때는 비용 100조 넘을 수도

정부는 11일 확정한 세종시 수정안에서 정부 부처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법 명칭부터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부처 이전 여부는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 마련 과정에서 최대 논란거리였다. 정부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이번에 이전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수도가 분할될 경우 심각한 수준의 행정 비효율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의 세종시 원안에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여성부를 제외한 행정 9부2처2청이 오는 2014년까지 이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각 정부 부처가 수시로 업무를 협의해야 하는 청와대와 국회 등이 서울에 남는다는 것. 따라서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수시로 서울과 세종시를 왕복하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어 막대한 행정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이같은 원안이 추진될 경우 행정 비효율 등으로 연간 3조∼5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남북 통일 이후 정부부처 재이전 비용 8조∼17조원을 포함할 경우 향후 20년간 10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부처간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화상회의 등 정보기술(IT)을 이용할 수 있지만 현재 구축된 화상회의 시설도 이용률이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행정연구원은 기존 계획에 반영된 자족기능 용지 비율은 수도권 신도시에도 미치지 못하는 6.7%에 불과해 자족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고 봤다. 고용인구는 2만9000명에 불과해 에 따라 인구 유입도 원안에 나오는 17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10만명 미만일 것으로 결론냈다.


앞서 세종시 대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세종시 민관 합동위원회도 수도가 분리된 독일을 방문해 현지 행정기관 관계자들로부터 '부처 분산은 비효율적'이라는 반응을 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원안은 정치적 타협에 치중한 나머지 중앙부처 분산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경시했고 자족용지 부족, 인센티브 미비 등 결정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당초 계획됐던 9부2처2청 가운데 일부 부처만 이전하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부처 이전의 비효율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일부 부처를 이전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부처 이전 백지화에 대한 반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내부에서도 부처 이전 백지화를 놓고 마지막까지 이견이 표출됐다.

민관합동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강용식 전 한밭대 총장은 지난 8일 회의에서 "베를린과 본의 거리는 600km이고 서울과 세종시의 거리는 12km"라며 "세종시 행정 효율성을 독일 사례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께 국토연구원과 행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발전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정안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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