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한파 속 이사짐 싸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1.11 07:11
글자크기

[명동풍향계]영업 위축으로 임대료 싼 건물로 이사

명동 사채시장이 때이른 '이사철'을 맞았다. 휴·폐업이 속출할 정도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임대료가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사무실을 이전하는 사업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임대료 싼 곳으로=지난주 동료의 사무실을 찾은 한 사채업자는 책상 몇개를 제외하곤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료 업자는 "영업이 안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로 이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동료업자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은 사채업체가 여럿 입주한 곳인데 지난 연말부터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사채시장의 경기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명동의 한 관계자는 "명동 내 상가에선 관광객들을 맞기 위한 매장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라면서 "이런 활발한 분위기와 달리 사채업자들은 쓸쓸히 명동을 떠나거나 목이 좋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짐을 싸는 업자가 늘어난 것은 전자어음법 시행으로 유통어음 물량이 급감한 데다 중소기업 경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매출규모가 줄어든 여파다.

명동의 또다른 관계자는 "전자어음의 경우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데다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기록되는 탓에 실명 노출을 꺼리는 전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도 우량한 곳은 저축은행이 가로채고 있어 대출이 어려운 업체들만 명동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집으로=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사채업자들이 몰리다보니 명동 역세권과 거리가 먼 구역에 사채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채업체간 경쟁으로 영업악화를 우려한 일부 업자는 집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명동 A빌딩으로 자리를 옮긴 한 사채업자는 "교통은 불편하지만 임대료가 저렴해 이 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옆 사무실에도 한 사채업체가 입주공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무실 내부공사를 해주는 인테리어업체만 이 건물에서만 다음주까지 2곳의 공사건이 접수됐다며 신이 나 있다"고 멋쩍어 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사무실을 옮기지만 중고가구 가격도 뛰면서 업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 사채업자는 "이사 전 중고가구를 알아보려고 가구매장이 몰려있는 사당동에 직원을 보냈으나 적절한 가격의 가구를 찾기 쉽지 않았다"면서 "중고가구를 찾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중고가구 가격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