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 친이 친박 '세종시 배수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지민 기자 2010.01.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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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일 청와대에서 열린 쇼욤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 초청 국빈 만찬에서 헝가리 대통령의 건배사를 듣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일 청와대에서 열린 쇼욤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 초청 국빈 만찬에서 헝가리 대통령의 건배사를 듣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종시 문제가 여권 개편의 시발점이 되는 분위기다. 이미 원안이냐 수정안이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수정안을 꺼내든 친이(친이명박)와 원안을 고수하는 친박(친박근혜) 모두 배수진을 쳤다. 밀리는 쪽은 차기 대권은 물론 앞으로 정치 행보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친이·친박 '배수진' = 지난 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원안이 배제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수정안으로 당론을 만들어도 반대하겠다"고 했다.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발언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박 전 대표는 "나를 설득하기 전에 충청도민을 설득하라"며 '돌아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적어도 친이계에선 그렇게 해석했다. 친이계와 정부가 세종시 특별위원회,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고 주말마다 충청도행 버스에 오른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박 전 대표 스스로 '돌아설' 길목을 막아버렸다. 수정안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돌아설 수 없는 건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생방송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퇴각은 곧 '레임덕'의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다. 이 대통령은 8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세종시 문제는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당에도 "정부가 고심해서 안을 만들고 있으니 수정안이 나오면 충청도민에게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 논쟁에 힘을 낭비하기 보단 충청민심을 설득하겠다는 뜻이다.

결전을 앞둔 친이·친박 의원들 사이엔 긴장감이 팽팽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은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냐 안지키냐 는 정치적 신뢰가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이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도자의 정치가 아니다"라며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는 것은 당 존립과 직결되는 해당(害黨)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세종시법 개정안이 제출되더라도 2월 국회에서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4월 국회로 넘어가더라도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60명에 달하는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정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 충청권 민심 향배는 =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내 수정안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친이계에서도 쉽지 않다는 고백이 나온다. 친이계 한 의원은 "충청권 주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댈 것은 수정안의 '위력'이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지금 언론에 흘러나오는 내용 이상이 수정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이전하는 수정안에 호의적인 여론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결정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선 수정안에 찬성하는 충청민심이 절반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을 대표하는 인사들도 강하게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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