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산은이 대우건설 주식 50%+1주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키로 한 가운데 이들은 가격과 조건을 놓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과 대우건설 17개 FI들은 이날 오전 산은에 모여 대우건설 인수PEF를 위한 첫 모임을 가졌다. 양측은 서로 입장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채 한시간만에 회의를 마쳤다.
산은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39.6%)을 1주당 1만8000원에 사들이되, 3만1500원인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가격과의 차액은 투자자들이 금호산업(대우건설 모기업)의 무담보채권자로 워크아웃에 참여해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나중에 금호산업의 사정이 좋아지면 채권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FI들이 산은 제시안을 거부하는 것은 이들이 금호산업 채권자로 들어갈 경우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에 참여하게 되는 탓이다. 나중에 금호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산은은 8일 오후 3시 FI들을 대상으로 대우건설 인수 PEF 관련 설명회를 연다. 산은은 이 자리에서 FI들을 설득할 방침이지만 이들은 냉담하다. 또 다른 FI는 "산은이 제시한 조건에 반대하는 FI들은 앞으로 힘을 모아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일단 설명회는 참석하겠지만 FI들끼리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공통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