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12쪽짜리 세종시 특위 백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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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12쪽짜리 세종시 특위 백서


단상은 조촐했다. 그 흔한 꽃다발도, 우레 같은 박수도 없었다. 명색이 '해단식'인데 전체 위원 13명 중에 카메라엔 6명만 잡혔다.

정의화 위원장은 "Wait and see(기다려보자)"라고 말했다. 6일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외과의사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인용했다. "의료계에서도 적절한 치료책이 없을 때는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달걀 세례를 받았다. 특위 위원들과 충청도를 방문한 버스에서였다. 수십 개의 날달걀이 경찰의 방호벽을 뚫고 날아들었다. 그때 심경을 정 위원장은 "상처받은 충청 민심이 치유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설득하면서 참고 기다리라고 한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을 새길 만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당시 민심은 새해에도 여전했다.

시작부터 여의치 않은 작업이었다. 정부 수정안도 없는 상태에서 당이 뭐라도 해야지 않냐는 '떠밀림'에 시작한 일이었다. 결국 내건 간판이 여론수렴이었다. 위원회 발족을 두고선 '파워게임'도 적잖았다. 정몽준 대표가 특위 구성을 제안한 다음날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논의를 하지 말자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특위가 꾸려졌지만 '반쪽 특위' 지적은 2달 내내 끊이지 않았다.



사실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갑론을박할 구체안이 없는데 결론이 앞서갈 순 없었다. 논쟁이 불가능한 곳에선 의미 없는 원칙론만 반복됐다. 세종시 수정을 바라는 친이(친이명박)와 원안을 고수하는 친박(친박근혜)은 각각 효율과 신뢰를 내걸고 신경전을 벌이다 끝내 논쟁하길 외면했다.

이날 특위가 발간한 백서에는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백서는 지난해 11월12일 특위 발족 후 활동과 이해관계자들의 상충된 의견만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412쪽의 전분량을 할애했다.

특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결국 해법은 효율성과 신뢰성 사이의 어디쯤엔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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