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12월31일(09:0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사실 금호그룹이 지난 6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당국의 방기와 금호그룹의 시간 끌기였다. 감독당국의 책임은 제쳐두고라도 금호그룹이 시간끌기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개인투자자들의 푼돈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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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회사의 채권을 개인투자자들이 쌈짓돈을 풀어 샀다.이달 14일에도 금호산업은 936억원의 채권을 발행했고 역시 개인들이 주로 샀다. 금호그룹이 백기 선언을 들기 바로 직전까지도 개인들은 금호에 돈을 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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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쌈짓돈을 푼 것은 경험과 법(法)에 근거했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투자였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개인은 채권자에 해당하지 않아 책임져야할 게 없다. 만기에 원리금 상환을 요청하면 회사는 상환을 해야한다. 채권단이 보유 채권을 감액처리하고 출자전환에 따른 부담을 져야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법적 근거는 소매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도적적 해이를 조장해왔고 이번 금호그룹 사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워크아웃이 발표된 30일 개장과 함께 소매채권시장에서 채권 급매물이 쏟아졌고 채권가격은 주식으로 보면 하한가를 2~3차례 맞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소 연 10% 내외였던 금호타이어 채권금리는 47.8%까지 치솟았다. 급매물을 산 주체는 다름 아닌 개인이었다.
금호그룹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개인에 의지한 '연명 경영'의 대가를 톡톡히 치룰 것이다. 올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수천억원이 개인(서민금융기관 포함)에게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금흐름이 막힌 금호로서는 부담스러운 규모다.
반대로 개인투자자에 대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구촉법)상의 채권단 적용 예외가 없었다면 금호그룹은 보다 일찍 구조조정이 시작됐을 것이다. 아니면 금호그룹은 시간끌기 식으로 버티기보다 전력을 다하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최소한 금호그룹이 '무작정 버티기, 진정성 의문'이라는 꼬리표는 달지 않았을 수 있다. 채권단 역시 기업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빠른 구조조정으로 금호그룹을 벼랑 아래에서 건져 올려야 하는 수고를 덜었을 수도 있다.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선언 이후 시장에는 금호와 비슷한 처지의 기업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들 역시 개인투자자에 의존해 연명 경영을 했고 금호와 같은 처지가 된다면 개인투자자에 의지한 대가를 다시 치룰 것이다. 그 결과는 구조조정지연으로 나타나 금융시장과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금호그룹의 구조조정과 함께 구촉법도 한 번 손봤으면 한다. 더 이상 법의 허점을 노린 개인 돈이 기업의 연명용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