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뒤바뀐 금호계열사 워크아웃

더벨 문병선 기자 2010.01.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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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실패한 M&A에 기촉법 확대 적용 논란

더벨|이 기사는 12월31일(16: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은 역사에 남을만하다. 딜 사이즈나 워크아웃의 규모도 기록적이지만 '구조조정을 통한 M&A 유도'라는 워크아웃의 취지가 차츰 'M&A 실패가 부른 유동성 취약 기업 살리기'로 변질될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입법 및 재 입법(2010년12월말까지 한시적) 취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기업은 주력 사업에 타격을 입고 구조조정에 착수한 비슷한 케이스들이 대부분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쌍용건설,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 새한미디어, 동국무역, 삼보컴퓨터, 팬택 등이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6월 말까지 워크아웃이 추진된 대기업은 총 71개사였다. 중소기업은 4534개사다.



이에 비해 금호산업 (3,210원 ▼30 -0.93%)금호타이어 (4,480원 0.00%)의 경우는 워크아웃의 배경이 주력사업의 부진이라기보다 투기적 요소가 가미된 무리한 M&A와 차입매수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만 해결하면 굳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정상화가 가능하다. 뒤집어보면 채권은행단이 오직 기업의 근본적인 영업력 제고와 구조조정을 위해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M&A 당사자 간의 '풋백옵션' 문제만을 해소해주기 위해 기촉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자율적 정상화 과정을 거치게 하고,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제도를 적용하는 식의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느냐는 점도 문제다.

기촉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여 왔다. 당시의 국내 도산법은 중구난방의 법이었다. 그래서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능했고 정부 역시 경제 주체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이 필요했다. 성공한 구조조정이 성공적인 M&A로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입법 취지에 반영됐다. 하지만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적 화의', 즉 시장 자율적 협의와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M&A는 회사 임직원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기보다 지금까지는 그룹 오너의 자존심 싸움과 같은 식의 진행이 많았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M&A가 국가의 부를 늘려주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 아직 없다. 금호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은 '시장 자율' 영역에 위헌 요소가 있는 공적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워크아웃 적용을 전후해 벌써부터 대우건설 인수전에 자금을 대 주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을 워크아웃 채권금융기관에 포함을 시켜야 하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적 자치의 영역과 공적 합의의 영역이 혼선을 빚는 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실패한 M&A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대우건설 가치(인수당시 6조4056억원→현재 4조4040억원)의 증발분(약 2조원)에다 차입이자(3년 9531억원)를 더한 자금(약 3조원)을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데, 여기에 국책은행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M&A 이후 자금 대여의 대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심층 조사나 신용 모니터링을 해본적도 없던 여신금융기관들이다. 막판에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기촉법'을 적용해 손실 최소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M&A라는 금융기법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실패한 M&A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국가경제의 정화 기능을 작동해 기업을 구제해주고 오너의 실패를 감싸주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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