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출근길 개고생 시리즈와 현대차

머니투데이 박형기 산업부장 대우 2010.01.05 12:18
글자크기
[글로벌뷰]출근길 개고생 시리즈와 현대차


# 1 : 집이 언덕이라 모든 차량이 통제되어 약 2시간을 걸어서 출근했는데, 임시휴무라고 집에 가래요... 다시 걸어가야함 ㅠㅠ

# 2 : 저희 회사 직원은 내부 순환로에 갇혔는데 소변이 너무 마려워 생수병을 이용했다고 하네요. 이제 큰 손님이 와서 고민 중이라는 ^^



# 3 : 버스 타고 오다가 외곽순환고속도로 중간에 내려서 고속도로를 걸어왔네요. 아침부터 크로스컨츄리를...

4일 출근길 '트위터'에 올라온 사연들입니다. 출근길이 이랬으니 시무식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유일하게 정시에 시무식을 한 직장이 있었습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입니다. 4일 폭설은 출근시간대인 7~8시에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이 시간 전에 출근한 직장인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 직원들은 대부분 이 시간 전에 출근을 완료했기 때문에 정시(8시)에 시무식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에게 이날 눈은 ‘폭설’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출근을 마친 현대차 직원들에게는 ‘서설’이었을 겁니다.

정몽구 회장은 평소 오전 6시30분이면 양재동 본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며, 정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고위 임원들은 6시에 출근한다고 합니다. 정 회장의 새벽 출근은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4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5시에는 청운동 자택에서 정 회장을 비롯한 아들들과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고 합니다. 아침식사에 늦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정 명예회장은 "사람의 운명은 새벽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아침형 인간’을 경영철학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 회장은 시무식에서 지난해보다 16% 는 540만 대 판매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폭설을 서설로 바꾼 현대차의 기업문화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고가차보다 중저가차가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해 세계 6위에서 5위로 올라섰습니다. 정 회장은 이런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글로벌 '톱4'에 진입하고, 종국에는 업계 1위까지 넘보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현대차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합니다. 중저가차에서 고가차까지 여러 사양의 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 포트폴리오도 환상적입니다. 토요타가 미국에, 폭스바겐이 유럽에 강점이 있다면 현대차는 이머징마켓에 강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친디아 시장입니다. 인도에서 현대차는 업계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위는 스즈키-마루티입니다. 그러나 스즈키-마루티는 일본과 인도의 합작법인입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100% 현대차가 출자한 회사입니다.

중국에서의 선전도 놀랍습니다. '위에뚱'(아반테의 중국명)이 베스트셀러카에 뽑힐 정도입니다. 현대차는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모두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4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1~3위와의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지 역전 가능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그러나 친디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은 무궁무진한 처녀지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국에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인구 3% 미만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3인당 1대 꼴로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72.7명, 인도는 124.4명 당 1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3.9명당 1대입니다(2008년 기준)



중국이 더 잘살게 되면 이른바 명품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겁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내구재입니다. 한번 브랜드를 선택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금 '위에뚱'을 선택한 중국인들은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해서 현대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들이 명품차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게 될 때면 현대차도 BMW나 벤츠에 버금가는 명품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연초에 큰 눈이 오면 풍년이 온다고 했습니다. 현대ㆍ기아차에게도 풍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