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폭설에도 정시 시무식, 현대차의 저력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1.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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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540만대 판매해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할 것"

[현장+]폭설에도 정시 시무식, 현대차의 저력


"눈이 왔어도 평소보다 30분 정도만 일찍 출근하니 시무식 참석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 고위 임원)

현대·기아차 (105,600원 ▲2,100 +2.03%)그룹의 2010년 시무식이 열린 4일 서울 양재동 사옥 대강당. 100년 만에 폭설이라는 기상청의 발표에도 흔들림 없이 시무식은 예정대로 정각 8시에 시작됐다.



다른 기업들의 시무식보다 1시간 이상 빠른 수준이고 25cm가 넘는 폭설로 정상적인 출근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무식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무식 시작 30분 전인 오전 7시30분부터는 700여 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새벽 출근은 재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몽구 회장은 평소 오전 6시 30분이면 양재동 본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며 정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고위 임원들은 6시에는 이미 출근을 끝낸다.



임원급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대부분 7시 30분 이전에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일부 직원들은 6시30분쯤 회사에 도착해 운동이나 영어공부 등 자기개발에 힘쓴다. 동절기 일출 시간이 7시 40분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해뜨기 전에 출근하는 셈이다.

정몽구 회장의 이 같은 새벽 출근은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영향이 크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4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5시에는 청운동 자택에서 정 회장을 비롯한 아들들과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아침식사에 늦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은 "사람의 운명은 새벽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아침형 인간을 경영철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새벽 출근이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계 시장 상황을 먼저 살펴 대응하기 위해서는 출근을 빨리 하는 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7시58분께 정몽구 회장이 김용환(기획총괄) 부회장과 설영흥(중국) 부회장과 함께 대강당에 입장하고 8시 정각에 시무식이 시작됐다.



정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를 그룹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해로 만들고자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540만대를 생산,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540만 대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인 463만 대보다 16%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산업 지원책이 종료되고 토요타와 GM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진검승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쉽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100년 만에 폭설에도 경인년 새해를 정시에 시작한 현대ㆍ.기아차에게 540만 대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닐까? 폭설을 서설로 바꾼 현대차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시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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