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주주도 행복한 '점프 투게더'의 해 만들 것"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01.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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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2010]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3) 김정태 하나은행장

"올해 경영전략은 '점프 투게더'(Jump Together)로 정했습니다. 실적이 좋아져 은행만 점프하는 게 아니라 직원 역량도 점프하고 고객과 주주 모두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점프'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김 행장을 찾아가려면 엘리베이터에서 '은행장실'이 아닌 '점프 투게더'를 찾아야 할 정도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융위기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속앓이'를 많이 했다. 새해를 맞는 다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맨'으로 통하는 김 행장은 올해 고객수를 1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SK텔레콤 (57,500원 ▼900 -1.54%)과 손을 잡은 하나카드와 시너지 극대화, 시중은행 인수·합병(M&A) 가능성 등 '점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김 행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새해 경영전략과 과제를 들었다.



―올해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아직까지는 조심해야 합니다. 유럽이 워낙 '건강'하지 못하다보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경제는 국외변수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지난해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동시다발로 실시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죠. 지난해가 정부 주도라면 올해는 민간에서 역량을 갖고 투자를 해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은행권이 안고 있는 과제도 많아 보입니다.
▶지난해는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 급격한 자산건전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죠. 은행별로 자본확충,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을 했습니다. 올해는 예대율 규정이 강화되고 원화 및 외화유동성 비율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리스크컨트롤(관리)을 잘 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잘 봐야겠죠. 양보다는 질적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돼야 합니다.

―올해 M&A 등 은행권 재편 논의가 화두입니다.
▶M&A가 중요하긴 하지만 '된다, 안 된다' '가능성이 높다, 낮다'고 말하는 건 너무 쉽게 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결혼'을 하려고 해도 갑자기 잘 안될 수도 있는 것이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짝사랑'만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죠. 은행간 M&A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닙니다. 규모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될 수 없죠. 은행산업의 재편방향은 먼저 효율성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고, 독과점 폐해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2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자산규모가 국민·우리·신한은행에 뒤져 있습니다.
▶은행 경영에서 자산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했듯 무리한 외형 확장과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는 위기가 닥쳤을 때 조직의 존립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1991년 2조5000억원에서 2008년말 기준 162조4000억원으로 은행 전환 이래 연평균 27.9% 성장했습니다. 과거와 같이 높은 수준의 자산증가세를 유지할 수 없겠지만 고객수, 거래기반 확대를 통해 꾸준한 영업 성장세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새해 고객수를 87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으셨습니다.
 ⓒ 홍봉진 기자 ⓒ 홍봉진 기자
▶고객은 은행의 중장기 성장기반일 뿐 아니라 영업활동의 최종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새 고객을 발굴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전직원이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적립식 상품 증대, 영업점장 중심 고객 관리, 하나카드 연계 활성화 등을 통해 교차판매를 활발히 할 계획입니다.



―하나카드와 연계영업도 관건으로 보입니다.
▶대주주 변경 인가가 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을 할 시기는 아직 아닙니다. 다만 하나은행과 통신·유통역량을 조합해 시너지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3개의 축이 합해지면 폭발력이 있죠. 물론 초창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겠지만 차츰 고객이 확보된다면 은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올해 경영구호를 '점프 투게더'로 정하셨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제가 은행장이 되고 직원들과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한다면 은행의 성과도 당연히 좋아지기 때문이죠. 지난해엔 '최고입니다, 남다릅니다'란 슬로건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새해에는 이렇게 모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한 단계 도약하자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은행만 점프하자는 게 아니라 직원, 고객, 주주 모두 점프를 해야죠. 직원 역량이 점프하고, 고객들이 기뻐하고, 은행 실적 향상으로 주주들도 점프하고, 나아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 전체도 점프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고객도 '점프'할 수 있을 것같은데요.
▶대출금리를 낮추고, 수수료를 인하하는 게 고객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은행 직원이 가입하지 말라고 권한다든지, 주가연계예금(ELD)을 팔 때도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데 그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 권하는 식이죠. 고객의 자산포트폴리오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산을 많이 가질수록 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고객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고민해주는 게 고객 '점프'가 아닐까요.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이 강한 게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유로머니'에서 6년 동안 상을 받았습니다. 하나은행의 강점은 PB분야의 인적 자원입니다. 전통이 있죠. 국내 PB 대부분은 하나은행에서 배출했습니다. 인적 자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 연수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부장·팀장급 이상 여성책임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2010년대는 어느 분야든 여성의 전력화가 최대과제로 떠오를 겁니다. 지금도 다른 은행에 비해 여성지점장 비율이 높은데 앞으로 여성인력의 역량이 발휘되도록 '기살리기'에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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