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인년, 금호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0.01.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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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두고 금호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 (3,210원 ▼30 -0.93%)금호타이어 (4,480원 0.00%)의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유동성 악화의 단초가 된 대우건설 (3,960원 ▼55 -1.37%) 매각이 기대만큼 진척되지 못한 탓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금호그룹이 연말에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남는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먼저 받은 두산그룹의 대응체제와 비교하면 그렇다. 두산은 2007년 말 미국 잉거솔랜드의 소형건설장비부문인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계에서 49억달러를 조달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충격이 확산되자 두산도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받는 듯 했다. 하지만 대응은 상대적으로 신속했다. 지난해 6월 밥캣의 실적부진과 유동성 압박설이 나돌자 자발적으로 자구안을 발표했고, 이후 약속대로 두산DST, 삼화왕관, SRS코리아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각했다.

앞서 주류사업부문도 롯데그룹에 5030억원을 받고 내줬고, 코카콜라음료 지분도 과감히 매각했다. 두달에 1곳꼴로 계열사를 매각해 2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한 끝에 연말까지 3조원 가까운 현금자산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에 몰린 그룹들로부터 통상 나타나는 채권단과의 줄다리기는 없었다. 대우건설뿐 아니라 주력회사들까지 워크아웃 신청이라는 막다른 길에 내몰렸던 금호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알짜사업을 지키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처분하는 게 구조조정의 정석이지만 위기 때는 그 반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는 기업 상황은 물론 시장 여건까지 악화되는 만큼 시장에 팔릴만한 것을 내놔야 '딜'이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나 두산 그룹 모두 이런 원칙 정도는 알고 있었을 법하다. 다만 이를 실행했느냐 못했느냐에서 차이가 벌어졌다고 본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직면한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도 예상된 난관은 이겨내기 한결 수월하다. 이미 현실화한 어려움을 기회로 극복해내는 지혜가 커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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