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부동산]길 놓고 집값올린 입주자카페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1.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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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부동산10년①]아파트 동호회의 진화

편집자주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의 시대가 저물고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세상이 열린지 10년이 됐다. 머니투데이 경제신문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지도 만 10년이 지났다. 머니투데이 온라인 창간 10주년을 맞아 '빛보다 빠른(?)' 초고속인터넷 환경이 10년새 부동산시장에 불러온 굵직한 변화들을 알아본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 디렉토리 내 등록된 인터넷 아파트 커뮤니티 ↑ 포털사이트 네이버 디렉토리 내 등록된 인터넷 아파트 커뮤니티


#별내신도시에 청약한 황혜정씨(30)는 당첨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인터넷 입주자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지역개발 호재, 집값전망 등 알짜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입주 전 미리 이웃들과 친해질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내집마련을 꿈꾸는 현호씨(34)도 부동산 정보업체보다 입주자동호회 사이트를 자주 애용한다. 신규분양아파트의 구조, 위치, 분양가가 꼼꼼히 비교분석돼 있고 모델하우스 방문후기도 읽어볼 수 있다.



온라인 입주자 커뮤니티는 이제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었다.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1500~1800여개의 입주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부동산정보업체까지 포함하면 7000개가 넘는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지역, 취미 PC통신 동호회로 출발=온라인 입주자 커뮤니티는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지역, 취미 동호회 등으로 처음 시작됐다. 면대면으로 이뤄지는 입주자협의회, 반상회와 달리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없어 선호됐다. 하지만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개설·운영돼 소규모로 산재하는데 그쳤다.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등장으로 쉽게 동호회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입주자 커뮤니티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초기형태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청명주공4단지 홈페이지에 잘 나타나 있다.

2000년 부녀회가 자체 제작한 이 홈페이지는 단지소식, 생활정보, 인근상가, 요리, 육아 등의 정보를 주를 이뤘다. 조기축구회, 영화동호회 등 취미 동호회 성격이 강했다. 지금은 일반적이지만 당시 인터넷을 매개로 아파트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 홈페이지는 큰 화제를 모았다.

↑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노원사랑방' ⓒ다음카페 '노원사랑방'↑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노원사랑방' ⓒ다음카페 '노원사랑방'
◇적극적 이익집단으로 진화=이렇게 출발한 온라인 입주자 동호회는 정보공유, 취미 동호회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이익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다. 분양가책정, 허위광고 등 건설사의 행위를 관리·감독하고 교통·교육·편의시설 유치 등 주변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9일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을 청라지구로 연결하는 집회를 열기로 한 인천 청라지구 입주 예정자 동호회가 대표적인 예다.


1만9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노원구 입주민들의 모임 '노원사랑방'은 차량기지이전, 재건축연한완화 등 굵직한 부동산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도봉·성북·강북·중랑·양천구 주민들을 모아 재건축 연한 완화 궐기대회도 개최했다. 한 동호회원은 "인터넷 동호회가 없었다면 단시간에 세력을 규합하고 의견을 모으는데 힘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동호회 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동호회가 좋으면 집값도 오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입주자 동호회의 입김이 커졌다"며 "도가 지나치면 집단이기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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