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몰라 우왕좌왕… 국회 맞아?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심재현 기자, 김지민 기자 2009.12.31 17:53
글자크기

의장석 밖 표결처리, 심사기일 지정 논란, 세법 통과전 예산안 처리 등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의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다. 즉 법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해야 할 정도의 전문기관이다.

이런 국회가 국회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다. 물론 여야 극한 대립으로 촉박하게, 그것도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급하게 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는 있지만, 그래도 입법기관으로서 위신이 서지 않는다.

◇의장석 이외에서 표결 처리..'합법?' '불법?'=한나라당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를 제2회의장인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국회 본청 245호에서 열고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회법 110조는 '표결할 때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2002년 여야 합의로 '의장석에서'라는 문구를 넣어 개정했다. 본회의에 해당하는 규정이지만 국회법 해설서엔 상임위에도 똑같이 적용하도록 돼 있다. 법안 개정 뒤 여야 교섭단체간 협의 없이 안건이 회의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처리된 적은 없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예결위 회의장을 변경해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우윤근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는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의원총회만 하니 나가달라'고 하더니 김광림 예결위 간사가 예결위 회의장 변경을 일방 선언하고 245호를 봉쇄했다"며 "예산안 통과는 불법이고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국회법 규정에 회의장 변경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심 위원장은 "법적 자문을 받았고 예산안 통과는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 변경을 고지하는 등 회의장 변경에 대한 관련 절차를 밟은 것으로 판단돼 법위반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6분 때문에…심사기일 지정 논란=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 9개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한 것도 법적 효력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법사위원회에 심사기일 지정을 통보한 시각보다 상임위 전체회의가 산회된 시점이 앞서기 때문에 심사기일 지정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오전 10시 5분에 개회됐고 9분쯤 유 위원장의 선포로 산회됐다. 국회 사무처로부터 국회의장 명의로 법률안 체계 자구심사기간지정 공문이 도착한 시각은 산회가 선포된 시각보다 6분 정도 늦은 15분이라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이다.



상임위는 하루에 단 한차례만 소집할 수 있어 산회되면 재소집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해도 회의를 열어 재논의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이들은 또 "사무처 의사국장이 유 위원장에게 공문이 접수된 시각이 10시 9분 이전이라고 해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어떻게 의사국장이 그러한 불법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여당은 이날 자정이 넘어 차수를 변경한 후 다시 심사기일을 지정한 후 상정해서 처리하자고 김 의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세법 개정도 안했는데 예산안 통과? "역시 불법"=한나라당이 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회법 제84조 8항을 보면 위원회는 세목 또는 세율과 관계있는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전제로 하여 미리 제출된 세입예산안은 이를 심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세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지 않아 내년도 세수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입예산안을 심사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이를 무시한 채 예결위에서 세입예산안까지 통과시켰고,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예산안 통과는 세입예산까지 같이 통과시켰다는 이야기인데, 아직 법사위에서 10개 이상의 세법이 처리가 안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내년도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법은 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관세법 등이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