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관련정보 '포옹'에서 나눠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0.01.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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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따뜻한 어깨걸이]<1> 장애인 정보포털 4ong(포옹), 1일 오픈

↑ EK맨파워와 지난 7년 이상을 함께 한 중증장애인들. 머니투데이와 EK맨파워는 2010년 1월1일부터 장애인 정보포털 4ONG(포옹) 서비스를 개시했다. ↑ EK맨파워와 지난 7년 이상을 함께 한 중증장애인들. 머니투데이와 EK맨파워는 2010년 1월1일부터 장애인 정보포털 4ONG(포옹)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례1 지체장애 1급인 김창복 씨(40·남)는 전통음식의 고장인 전북 전주에 산다. 하지만 김 씨가 외출할 때 자주 먹는 것은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다.

한정식이나 육회비빔밥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전동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김 씨는 식당 정문의 계단이나 높은 문지방 때문에 되돌아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경사로가 마련된 한정식집이라도 테이블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밥 한 끼 먹으려면 누군가의 등에 엎혀 방석 자리로 이동해야 한다.

#사례2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 사는 김지혜 씨(33·여)는 옆에서 놀고 있는 하준(3), 하늘(2) 두 아들을 보면서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하준이를 임신했을 무렵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첫 임신이어서 어떤 병원에 가야할지, 일반병원도 괜찮을지 걱정됐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었다. 눈을 씻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김 씨에게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복지관이나 상담소에 전화해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문 끝에 김 씨는 서울 구로구 여성장애인전문복지관을 통해 장애인 산부 출산경험이 있는 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도 여성장애인 전문복지관은 구로구에 딱 한 곳만 있다"며 "나처럼 정보가 필요한 이들이 있겠지만 아는 이들에게만 말해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구 5%가 장애인, 시설·정보는 태부족=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통계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총 224만 7000명에 이른다. 국내 전체 인구(4813만명)의 4.7%, 약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정보는 장애인 인구 비율에 훨씬 못 미친다. 위 사례에서 소개된 김창복 씨는 아예 목이 마르지 않을 만큼만 목을 축이는 식으로만 물을 마신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봐서다.



어쩌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발견하더라도 그냥 되돌아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휠체어가 들어서기엔 공간이 너무 좁아서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창복 씨는 "그래도 나는 남자라 어떻게든 볼 일을 볼 수 있지만 여자 장애인의 경우에는 얼마나 힘들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식당이나 옷집 역시 마찬가지다. 김창복 씨는 유명한 한정식 집이라고 해서 기껏 찾아갔지만 휠체어를 탄 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발길을 돌린 게 부지기수라고 한다. 사고 싶은 옷이 있더라도 매번 종업원의 도움을 빌려 매장에 들어서야 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보부족이 곧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실시한 '우측보행 권장정책'은 그 한 예다.



에스컬레이터 운행방향이 시설·건물마다 제각각이라 그렇잖아도 거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들은 시시각각 맘을 졸여야 한다. 장애인 복지분야에서 활동해 온 한 관계자는 "우측보행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몇몇 공무원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얼마나 고역을 겪는지 말로 다 못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정보포털 4ONG(포옹), 1월1일 오픈= 장애인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데 장해물을 없애는 방법이 뭘까. 이를 고민한 두 회사가 새해 '따뜻한 한걸음'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온라인미디어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머니투데이는 새해 1월1일 인력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EK맨파워와 손잡고 장애인 정보포털 포옹(4ONG, http://4ong.kr)을 오픈했다.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다.



머니투데이는 그동안 '쿨머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와 기업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자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자본 관련 뉴스를 생산해왔다. EK맨파워 역시 지난 2002년부터 중증장애인을 고용,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다.

장애인 관련 정보에 목마른 이들은 장애인 본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가족 역시 관련 정보가 절실한 이들이다. 이들까지 더하면 전국에 걸쳐 약 500만명에서 1000만명 가량이 장애인 관련정보를 절실하게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4ONG 사이트를 개발한 클루엠사 김영환 이사는 "그간 장애인 관련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게시판이나 카페 형태로, 장애인들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미 활성화돼 있는 미투데이나 트위터 방식으로 만들어진 4ONG에서는 장애인 및 그 가족들이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일상에서 겪은 경험을 손쉽고 빠르게 배포할 수 있다"며 "정보수용자에 국한되지 않고 정보생산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장애인 정보시대'라는 포털을 운영하기도 하는 김창복 씨도 "인터넷 카페는 폐쇄적 측면이 강해 정보교류 활성화에 제한이 많다는 게 한계"라며 "누구에게나 오픈된 온라인 공간이 있다면 나 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정보를 얻는 데 편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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