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계열사 가지쳐 회생도모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2009.12.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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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배드뱅크' 대우건설 풋백옵션 모두 끌어안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막다른 골목에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라는 '가지치기'를 통해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3,960원 ▼55 -1.37%) 풋백옵션 문제를 모두 금호산업 (3,210원 ▼30 -0.93%)이 끌어안기로 채권단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이 금호그룹의 배드뱅크 역할을 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금호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험이 사라져 다른 계열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 등 채권단 지원 규모는 실사를 거쳐 확정된다"면서도 "다만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금호산업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은 사전에 협의됐다"고 말했다.

산은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구성해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원칙대로 한다면 금호그룹 전체적으로 1조2650억원에 달하는 풋백옵션 행사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대우건설 지분에 따라 분배하면 계열사별로 △금호산업 7250억원 △금호타이어 (4,480원 0.00%) 2180억원 △금호석유 (133,400원 ▲2,400 +1.83%)화학 1750억원 △아시아나 (9,770원 ▲280 +2.95%)항공 1090억원 △금호생명 390억원 등에 달한다.



하지만 이 차액을 금호산업이 모두 끌어안으면 실질적으로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이 떼어놓은 알짜 계열사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는다.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경영성과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평가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은 "풋백옵션 문제가 해결되면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무구조와 유동성이 개선돼 경영정상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서 내년 1월초 열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변수다.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금호그룹은 이런 안에 채권단협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워크아웃이 부결된다.


협의회는 일단 자산부채에 대한 실사기간을 정하고 최장 4개월까지 채권행사를 유예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아 워크아웃은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재무적투자자(FI)가 풋백옵션 보유분에 대한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항이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을 진행하기 위해 반대의견을 내는 FI들의 채권을 나머지 채권단이 공동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FI나 채권단에 법률상 워크아웃의 구속을 받지 않은 기관들도 있다.



이와 함께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내년 1분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적잖다는 점도 복병이다. 부채를 계열사별로 보면 △대우건설 1조5650억원 △금호산업 1조3580억원 △금호석화 5750억원 △대한통운 2080억원 △아시아나항공 5850억원 △금호타이어 445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회사채가 각각 2400억원, 1000억원이다.

금호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계열사들에 대해 경영이 정상화되면 채권단과 협의해 되찾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우건설을 다시 가져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오남수 금호그룹 사장은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계열사의)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옵션은 없지만 나중에 정상화되면 채권단과 협의해 다시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대우건설을 다시 가져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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