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워크아웃'… 긴박했던 뒷 얘기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12.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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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말 재무약정 시한 넘기며 신뢰 '삐걱', 당국 '플랜B' 시동

올 한해 금호아시아나 (9,230원 ▼130 -1.39%)그룹은 금융당국의 골칫거리였다. "속을 많이 썩였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푸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당국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대기업그룹들과 약정을 맺기로 정한 시한은 5월31일. 채권은행과 그룹간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그룹은 시한 내 약정을 체결했다.



반면 금호그룹은 당시 박삼구 회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관련 회의 참석차 제주도에 내려가는 바람에 내부결재가 시한 내 이뤄지지 못했고 산업은행과 사인도 미뤄졌다. 결국 하루 뒤인 6월1일 저녁에 최종안이 확정됐다. 하루 차이지만 5월 말까지 약정 체결을 마무리짓고 6월을 맞이하려 했던 당국의 구상은 어긋났다.

당국이 금호그룹의 '신뢰도''를 거론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당국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의지 등에 의구심을 표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말로만 한다고 했을 뿐 실제 6개월간 아무 것도 한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건설 (3,745원 ▼20 -0.53%) 매각건이다. 금호그룹이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을 때도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시간끌기'로 봤을 뿐 실제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본 당국자는 거의 없었다.

매각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금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돌연 매각주간사를 철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겉으론 인수자금 지원 등을 내세웠지만 속으론 매각의 불투명성 때문에 발을 뺐다는 것이다.

매각 진행과정이 흘러나올 때마다 주가가 춤을 췄고 매각 불발시 자칫 모든 책임을 산은이 져야 한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이때부터 내부적으로 '플랜B'를 만지작거렸다. 금호도 나름대로 대우건설 매각이 불발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직감했다.

금호는 금호산업 (3,185원 ▼15 -0.47%) 대신 금호석유 (156,300원 ▼400 -0.26%)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1일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 12.7%를 취득, 그룹 지주사가 금호산업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사실상 바뀌었다. 금융계 인사는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로 결론 난 게 이 시점인 것같다"고 말했다.



이후 산은과 금호는 물밑협상을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금호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정도로 마무리짓고 싶었지만 채권단은 그 이상을 바랐다.

그룹 오너의 사재출연은 물론 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 카드까지 내밀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을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켜 그룹 전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는 게 채권단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일부 금융회사가 금호석유화학에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금호 측은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요구여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채권단 자율협약 카드로 조정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은행간 자율협약으로 충분히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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