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워크아웃 놓고 막판 협상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12.30 11:15
글자크기

경영권 '3+2년' 보장…"대우건설 산은 PEF가 인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이 금호석유 (148,300원 ▲2,300 +1.58%)화학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여부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집어넣는 것에 금호 측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주력사인 금호산업 (3,825원 0.00%)금호타이어 (6,320원 ▼70 -1.10%)에 대한 워크아웃에는 합의가 이뤄졌고, 대우건설 (3,690원 ▼45 -1.20%)은 시장 매각을 중단하고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가 인수키로 했다. 구조조정을 위해 그룹 오너가 사재를 출연키로 했고, 그 규모와 방법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경영권 보장은 '3+2년'의 방식이 유력시되고 있다.



◇워크아웃은 빙산의 일각=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30일 "채권단과 금호그룹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을 워크아웃에 집어넣을 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호 측이 금호석유화학을 지키기 위해 어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얘기를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금호석유화학까지 워크아웃 대상에 집어넣어 그룹 전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금호 측을 압박하는 것은 금호산업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출자전환이 이뤄지고, 자연스레 금호산업은 채권단의 회사가 된다. 금호산업이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의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금호산업이 거느린 회사로는 대우건설 서울고속터미널 금호터미널 정도다. 대부분 매물로 나와 곧 주인을 찾아갈 회사들이다.

그나마 알짜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금호석유화학에 지분(12.7%)을 넘겨 석유화학 자회사(26.7%)로 만들었다. 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결국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채권단은 껍데기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얘기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밑에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을 두는 새로운 구조가 구축됐다.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회사가 필요한 것"이라며 "금호산업뿐 아니라 그룹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금호그룹 대표 회사와 박삼구 회장 등 오너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영권 최대 5년 보장= 금호 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석유화학을 워크아웃에 넣으면 사실상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탓이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3년간 경영권을 보장해주고, 필요시 추가 2년을 더해주는 방식을 갖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대주주에게 사재출연을 하는 방식으로 경영책임을 묻기로 했다.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산업 지분 21.4%, 금호석유화학 지분 34.7%를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지분이 담보로 잡혀 있어 출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경영책임을 지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며 "대출을 받고 남은 담보여력이 있는 지분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인 출연 방법과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금호 유동성 악화의 원인인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부담(4조원)을 해소하기 위해 산은 주도로 대우건설을 인수키로 했다. 대우건설을 매각해도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는 탓이다.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39.6%를 포함, 경영권을 인수하되 인수가격과 풋옵션 행사 가격의 차는 출자전환해 해결해주는 식이다. 주당 가격은 1만8000원 선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정확한 인수가격은 실사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내놓은 금호생명은 산은이 사모펀드를 조성해 우선협상 대상자인 칸서스자산운용에 자금을 지원, 공동 인수키로 했다. 현금 창출 능력이 좋은 대한통운 매각을 놓고 양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고, 박삼구 회장의 결정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오늘 중으로라도 발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