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産銀 인수 현실화되나

김태은 기자, 정진우 기자 2009.12.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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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시비 논란 부담...금호그룹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접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3,810원 ▲90 +2.42%)을 산업은행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측으로의 매각이 불투명해졌다. 대우건설 매각이 금호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구도에서 재검토되는 양상으로 변한 탓이다.

28일 금융권과 대우건설 (3,810원 ▲90 +2.42%) M&A 관계자에 따르면 유력한 인수후보자였던 자베즈파트너스(Jabez Partners)는 주요 투자자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의 참여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어디로 가나?=당초 ADIC은 자베즈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인수가격과 매각일정 지연 등으로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중동 투자자와 국내 전략적투자자(SI)의 투자를 이끌어냈으나 인수자금 부족으로 대우건설 인수에서 멀어졌다.

이와 달리 티알아메리카 컨소시엄(TRAC) 측은 인수가격을 높여 수정제안하는 등 끝까지 인수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TRAC는 이날 오전 인수가격을 1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리고 가격 조정폭을 10%에서 5%로 줄이는 수정안을 문서화해 금호 측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컨소시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자의 잔고 내역을 첨부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2주 안에 전체 인수금액의 5%를 계약금으로 지급키로 약속했다.



TRAC 관계자는 "자금조달과 딜클로징(매각작업 종료)의 확실성을 증빙하기 위해 금호가 요구하는 사항을 다 갖췄다"면서 "금호가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배제하고 산은과 매각을 진행한다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도 뒷거래를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베즈 관계자는 "지난주말부터 금호 쪽과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서 "금호의 최종 결정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우선협상대상자들은 지난주 후반부터 금호가 산은 측과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동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호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왔던 인수작업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인수 가능성은 매각 초기부터 흘러나온 것이긴 하나 최근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 자체보다 그룹의 구조조정을 최우선순위로 두면서 우선협상대상자들을 배제한 대우건설 처리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외에 금호의 다른 계열사의 매각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의 자산 매각과 출자전환 등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회사의 임원은 "지난주부터 금호와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 가격과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처리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 인수, 현실화 되나= 산은은 일각에서 나오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대우건설 인수를 부인해온 산은으로선 신중한 모습이다. 산은은 매각이 무산된 물건을 인수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강하게 부인했다.

산은은 지난 18일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밝힌 '플랜B(대우건설 매각 무산에 대비한 비상대책 )'에 산은의 대우건설 인수방안이 포함됐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그룹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들 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산은이 쉽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금호그룹의 전체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건설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호그룹의 결단에 따라 산은의 입장도 명확해질 전망이다. 금호그룹은 곧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금호그룹으로선 당국의 요구대로 연내에 입장을 밝힐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산업은행과 금호가 지속적으로 대우건설 매각과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금호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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