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만난 JP "세종시 서둘지 말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12.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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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프니 앉아서 얘기하자는 말 나올 때까지 설득해야"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충청 지역 민심에 대해서는 "천천히 서둘러라"며 충실한 정부안을 만들어 설득할 것을 조언했다.

김 전 총재는 28일 서울 청구동 자택을 찾아 온 정운찬 국무총리와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재는 "충청도 사람들은 변하고 있고 수정안만 좋으면 설득이 가능하다"며 "'다리가 아프니 앉아서 얘기하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하라"고 조언했다.

김 전 총재는 "원론적으로 행정 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들어 충청도 사람들이 배신당한 게 아니냐는 반감을 많이 갖고 있으니 '천천히' 서둘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은 김 전 총리의 특유의 화법으로 라틴어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 바쁠수록 돌아가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좋은 안을 만들어 승부하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정 총리는 1964년 김 전 총재가 당시 서울대 문리대에서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한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당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유학 가서 만난 친구가 그 때 연설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이뤄낸 것과 올해 수출 규모 9위에 오른 사실, 내년 주요 20개국(G20) 회담을 국내에서 개최하게 된 사실 등을 전했다.


이에 김 전 총재는 "우리가 이제 거기까지 왔다"며 "명실공히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전 총재는 지난해 12월 뇌졸중 증세로 팔과 다리가 마비돼 치료를 받아 왔다. 현재는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걸을 만큼 호전됐으며 재활치료는 하루 3∼4시간씩 꾸준히 받고 있다.



정 총리는 앞서 지난 22일에는 ‘재경 공주향우회 총회’에서 무소속 심대평 의원을 만나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향후 김용환 전 자민련 수석부총재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충청지역 출신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지역 여론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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