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당국과 대우건설 M&A 참여자들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당초 지난주 중 발표 예정이었던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최종 결정을 이번주 초로 미뤘다.
금호는 대신 지난 주말에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문제를 금호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구도 속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 문제에 대해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증권의 역할은 거의 없고 금호가 직접 나서고 있다"면서 "산은이 그동안 대우건설 인수금융이나 산은 PEF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기 때문에 매각작업이 잘 안되면 금호가 산은과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지난 18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건설 매각이 잘 안될 때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시장에서는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에 관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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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산은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금호산업을 비롯한 계열사들에 대해 출자전환을 해주거나, 채권 은행들과 공동관리하는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는 지난달 말 자베즈와 TR아메리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복수 선정하고 이들 양쪽과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이들의 자금조달 능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해 시일을 끌어왔다. 또 자베즈는 본입찰 당시 2만1000원대의 인수가를 제시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이를 1만9000원대로 낮췄고, TR아메리카 역시 처음 제시했던 1만9000원에서 10%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어 대우건설 매각가격이 금호가 애초에 기대했던 2만3000원 이상과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은 산은이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 본 후 이번주 초에 대우건설 매각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호가 대우건설 지분을 산은 쪽에 넘기는 방안으로 기운 것 같다"면서 "매각 가격이 2만원을 넘지 못하면 어차피 계열사 출자전환 문제 등으로 산업은행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 그럴 바에는 대우건설도 지금 시점에서 산은이 인수해주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