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산업지도 바꾼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0.01.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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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SW산업 활황 '기대'..모바일 생태계 조성 촉매역할

보안업체에 재직 중이던 김모씨(36)는 요즘 창업을 준비 중이다. 얼마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한 오락프로그램이 한때 대박을 치면서 이참에 스마트폰 프로그램 개발회사를 차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김씨는 "프로그램과 운영체제(OS)간 충돌문제로 앱스토어 등록을 중단했지만 매출이 하루당 1000달러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며 "앞으로 대표적인 모바일 전문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앱스토어가 몰고온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새로운 풍속도다. 소프트웨어(SW)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앱 개발기업은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개인사업자와 소수 정예의 개발스튜디오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1990년말 웹(www) 바람을 타고 인터넷 기업이 줄줄이 등장한 것처럼 모바일 인터넷을 겨냥한 '앱스토어'는 SW업계의 '황금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 탓에 SW기업뿐 아니라 개인개발자들도 너도나도 앱스토어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앱스토어는 모바일콘텐츠 개발바람을 일으키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보급을 늘려 무선인터넷 확산을 재촉하고 모바일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등 IT업계의 산업지형을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앱스토어 전쟁 중



앱스토어는 각종 모바일 단말기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오픈마켓이다. 모바일콘텐츠는 그동안 이동통신사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통사의 협력사들만이 모바일콘텐츠를 개발해서 휴대폰으로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나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개발해서 오픈마켓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애플이 뒤늦게 휴대폰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사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앱스토어'의 힘이 가장 컸다. 2008년 7월까지만 해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수는 500여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새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수는 10만개로 늘어났다. 다운로드건수도 20억건을 넘어섰다. 덕분에 애플은 '아이폰' 출시 2년 만에 판매량이 3500만대를 돌파했다. '아이폰' 판매 외에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인 애플의 수익은 최소 4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그야말로 앱스토어가 가져다준 '혁명'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신화는 전통적인 경쟁 틀에 갇혀있던 휴대폰업계를 변화시켰다. 통신업계는 물론 SW업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굴지의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업체들이 너도나도 '앱스토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블랙베리' 제조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은 지난해 4월 '블랙베리 웹월드'라는 앱스토어를 개설했다. 세계 휴대폰 1위업체 노키아도 '오비'(OVI)라는 앱스토어를 선보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마켓'을 개설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다. 노키아는 한술 더떠 아예 휴대폰 제조업을 버리고 콘텐츠와 서비스 비즈니스업체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가 이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물론 저마다 계산법은 다르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수를 늘림으로써 고정 소비자층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휴대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품질과 디자인 차별화를 넘어 콘텐츠 차별화까지 꾀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통신사들의 속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모바일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가입자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동시에 고객이탈을 방지하려는 계산이다. 물론 모바일콘텐츠 사용자들이 증가하면 이통사들의 데이터 수익도 덩달아 늘어난다.
 
무엇보다 앱스토어의 활성화는 스마트폰 확산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을 대거 내놓을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시비중을 올해 24%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 4대 가운데 1대꼴로 스마트폰이 나오는 셈이다. 정부는 무선인터넷 확산을 위해 데이터요금 인하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올해를 기점으로 무선인터넷시장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앱스토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 생태계가 바뀐다



'아이폰'의 국내 시판을 계기로 국내 SW업계가 너도나도 앱스토어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벌써부터 성과를 거둔 곳도 적지 않다. 컴투스와 게임빌이 대표적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8개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그 결과 누적 다운로드건수가 43만건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거둔 매출은 대략 21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빌 역시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한 '베이스볼 슈퍼스타즈'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다. 덕분에 게임빌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를 넘었다.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엑스로드는 주력사업을 아예 모바일 SW로 바꾼 경우다. 2008년 말부터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전자지도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달에 약 3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엑스로드는 최근 미국판 지도에 이어 유럽판 지도도 올렸고, 삼성 '옴니아'용 앱스토어에도 입점했다. 엑스로드는 이를 통해 올해 6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거둔다는 각오다.
 
국내 대표 SW기업 한글과컴퓨터도 지난해 9월 '안드로이드마켓'에 모바일오피스SW(씽크프리 모바일)를 등록한 데 이어 윈도모바일용 오피스 웹스토리지 서비스도 내놨다. 안철수연구소, 이스트소프트 등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시장과 함께 포털업체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NHN은 스마트폰용 오픈캐스트, 뉴스캐스트, 지도, 웹툰, 실시간 검색어, 플립시계, 윙버스 서울맛집, 미투데이 등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조만간 메일, 주소록, 일정관리, 가계부 등 개인웹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한메일, 다음 TV팟, 지도, 티스토리, 마이피플 등 '아이폰' 전용 프로그램들을 선보였고, '옴니아' 전용 프로그램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KTH 역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파란지도' '뮤직오로라' '프리SMS' 등을 선보이며 모바일분야에서 만큼은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포털업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기보다 유선인터넷시장의 주도권을 모바일로 확장해 지역광고 등 앞으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시장에 불어닥친 '앱'시장 열풍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앱스토어를 통해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웹2.0이나 UCC 열풍처럼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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