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연말 수급 '3가지 악재'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12.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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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자금유출·인덱스펀드 주식매수 약화·PR매도 증가

연말 주식시장의 랠리를 이끌 변수 중 하나인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우호적이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기운다. 크게 보면 주식형펀드 수탁액, 인덱스펀드의 주식편입비율, 프로그램 매매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렇다.

우선 주식형펀드는 연초부터 자금이탈 영향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순유입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주식형펀드의 자금 흐름은 연말이나 월말 효과보다 코스피 움직임에 민감히 반응해 왔다. 지난해 주가 급락 후 올 들어 상승세를 타자 펀드 원금을 회복했거나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탓이다. 주식형펀드는 과거 코스피 1800~1900대 사이에서 상당한 자금을 흡수했다. 따라서 환매가 줄고 본격적인 자금 순유입으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1800선 이상까지 올라줘야 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기관투자자들이 차익거래용으로 설정과 환매를 반복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할 경우 이달 들어 9179억원 순감소했다. 연초 이후로 보면 무려 7조149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런 추세를 단번에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덱스펀드의 주식편입비율도 살펴볼 대목이다. 인덱스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은 22일 기준 79.29%다. 지난 2008년 12월말 수준인 88%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 3일 60.27%를 기록한 이후에 급격히 증가해 시장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향후 움직임은 비우호적이다.

최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에 인덱스펀드의 주식 편입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프로그램 매매의 유입 강도는 점차 약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를 좀 더 보면, 인덱스펀드는 특정지수(코스피200 등)를 좇아 움직이며 수익을 내는데, 지수를 대표하는 종목을 추려 바스켓을 구성해 매수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선물을 산다. 또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로 초과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인덱스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현물 주식의 일부를 선물 매수로 돌리는 스위칭에 나선다는 얘기다. 결국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연말을 맞아 매도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


프로그램 매매도 수급에 불리하다. 이 중 차익거래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차익거래는 주식 현물과 선물의 미세한 가격차이(베이시스)에 따라 매매한다. 현물이 선물보다 싸면(콘탱고) 현물을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매수차익)한 뒤 베이시스가 좁혀지면 반대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매도차익) 거래를 청산해 차익을 거둔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은 차익거래에서 바스켓 현물을 매수하지 않고 거래세가 면제되는 ETF를 매수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그런데 ETF의 매수차익잔액은 베이시스 움직임 외에도 원/달러 환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부터 올 10월까지 ETF 매수차익 잔액과 환율의 상관계수는 -0.51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ETF 매수차익 잔액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로 인해 차익거래를 청산했다는 뜻이다. 최근 달러 강세로 환율이 오르고 있어 ETF의 차익거래 매물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또 주식 매수 후 헤지 차원으로 선물을 매도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매수하고 지수 선물을 매도해 중립적 포지션을 구축했다. 이들이 얻는 초과수익의 상당부분은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포트폴리오의 지난 7월말 초과 수익률은(대우증권 추정) 최대 5.26%를 기록했고 환율 하락까지 감안하면 최고 15.6%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반등하면서 18일 기준으로 고점대비 2.75%포인트 줄었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이 둔화되거나 혹은 추가적으로 반등한다면 선물매도로 헤지했던 외국인들의 수익은 급속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포지션 청산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당초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게 된다. 반면 외국인 매도를 받아 줄 프로그램 매수는 내년 공모펀드의 거래세 부담으로 그 기능이 현저히 약화돼 수급이 꼬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늘 프로그램 매수가 미결제거래를 동반해 늘고 있는 것은 베이시스 개선에 따른 투기적 단타세력의 신규 진입"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비우호적 여건은 월말 결산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주식 매수에 나서는 '윈도드레싱'의 효과를 반감시키게 된다. 적어도 연말 수급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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