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크리스마스 선물은 '연휴'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12.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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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 사흘에 붙여 연차를 쓰려 했는데 이때 휴가를 쓰겠다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했어요. 결국 그 전주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A은행 김모 계장은 지난주 나흘간 휴가를 다녀왔다. 주말을 끼고 연차휴가 이틀을 붙여 여행을 한 것이다. 원래 크리스마스 연휴 앞뒤로 휴가를 내려고 했지만 같은 지점 선배에게 양보했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를 앞두고 은행원의 '휴가' 경쟁이 치열하다. 올 하반기부터 연차보상금을 못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휴가를 써야 하는 탓이다. 은행별로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다. 아직 휴가를 쓰지 않은 은행원들이 연말에 몰린 것.

B은행 강모 과장은 "11월말 기준으로 실적평가를 하다보니 이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12월에 휴가를 내는 은행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은행지점은 12월 초부터 절반 이상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특히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이 인기가 높다. 매달 25일 이후엔 결산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28일 이후엔 연말정산을 하려는 고객이 많은 터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다. 아예 '교통정리'를 위해 10월말 스케줄표를 짜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쓸 은행원을 뽑은 지점도 있다.

C은행 직원은 12월 결혼을 앞두고 10일간 연차휴가를 아껴뒀다 신혼여행 때 요긴하게 썼다. 결혼식 전날 저녁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선배들보다 한결 여유롭게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다른 직원은 "아이들 겨울방학이 시작돼 1주일 동안 동해안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면서 "여름휴가가 짧아 조금 아쉬웠는데 연말에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아직 노사가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 연차휴가보상금제도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아서다. 은행권의 경우 1년 근무일수의 80%를 넘으면 약 15일간 연차휴가가 생기고 이중 5일은 무급휴가다.

나머지 일수 모두를 휴가로 쓰지 않으면 100만원 이상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A은행 허모 과장은 "보상금을 못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해도 일이 워낙 많아서 다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자칫 보상금도 못받고 일은 일대로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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