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를 대하는 당국의 안이한 태도

더벨 김현동 기자 2009.12.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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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퇴직급여부채 할인율 논란…당국 "'기다려 보자"

더벨|이 기사는 12월18일(08:5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1년 후면 국제회계기준(IFRS)이 정식 도입된다. IFRS가 의무화되기 전에 서둘러 조기도입한 기업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내년 조기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자본시장의 문호를 전면 개방한 상황에서 IFRS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외환위기와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SK글로벌 사건 등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회계투명성은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로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는 IFRS는 국내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해외에 우량 자회사가 많은 기업이라면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IFRS를 도입할 경우 회계기준의 단일화로 인해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 상장이 쉬워지고, 재무제표의 비교 분석이 용이해져 글로벌 투자자금의 추가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관리회계시스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일 수도 있다.

동시에 IFRS는 회계를 바라보는 기업과 정보 이용자의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로, 각 회계처리의 판단근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제된 가정과 시장 민감도에 대한 분석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 만큼 전문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고, 기업의 사업내용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경우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의 대상과 범위를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회계정책과 공시 수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진 셈이다. 회계정책과 관련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얼마 전 방한한 웨인 업턴(Wayne Upton)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이사는 "IFRS는 단순히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CEO를 포함해 고위 경영진이 IFRS 전환에 참여해야만 성공적인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에게 IFRS는 조직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IFRS를 대하는 회계감독 당국의 태도는 안이해 보인다. 단적인 사례가 퇴직급여부채 할인율 논란에 대한 당국의 대응 모습이다.

IASB는 퇴직급여부채에 대한 할인율을 적용할 때, 해당 국가의 회사채 시장이 유동성이 풍부한 안정적 시장(deep market)일 경우 회사채수익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회사채시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국공채 수익률을 할인금리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의 회사채 시장은 발행규모는 세계 6위 수준이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후진국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업들의 IFRS 도입을 자문하고 있는 회계법인들은 올해 초부터 회계감독 당국에 국내 회사채 시장이 '딥 마켓(deep market)'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IFRS 도입준비를 맡고 있는 한국회계기준원이나 금융감독원은 '기다려보자'는 답변뿐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1%포인트(회사채수익률과 국공채 수익률 차이)의 할인율 차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영업손실로 바뀔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FRS를 조기도입한 기업들 중에서도 할인율 기준을 달리한 곳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회계기준원이든 금감원이든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기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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