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대우건설 인수자 선정 굼뜬 이유?

더벨 배장호 기자 2009.12.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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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잡은 자베즈 일단 유력..성사는 여전히 안갯속

더벨|이 기사는 12월22일(17: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 (8,310원 ▲30 +0.36%) 그룹이 자베즈의 전략적 투자자로 밝혀짐에 따라, 시장은 자베즈가 대우건설 인수전 경쟁자인 TR아메리카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조심스레 내리고 있다.



다만 매각의 최종 당사자가 어디로 정해질 지, 실제 계약이 성사될 지, 계약 성사 후 딜이 완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3,700원 ▼20 -0.54%) 매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이른바 `플랜B`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플랜B 내용이 확정된 바는 없지만, 어찌됐건 은행들이 매각 실패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사정은 더욱 절박해졌다.



"확약서 달라" vs "무리한 요구"

대우건설 매각을 금주 내 상대방을 확정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은 없다. 일정상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풋옵션 행사 시한을 한달가량 유예를 받았지만 이 기한을 맞추기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금호아시아나와 후보들간 협상은 지리한 `밀고 당기기`만 반복하며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대략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쟁점은 투자의 확실성 문제다. 매각 측은 구속력 있는 확약서(LOC) 수준의 투자 약속을 받아올 것을 자베즈와 TR아메리카 양측에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확약서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금호아시아나의 요구 자체가 무리란 지적이 있다.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협상 가격이 정해지기도 전의 LOC는 사실상 백지수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의 구속력 있는 투자 확약은 거래가격이 정해진 후에 이뤄지는게 통상적이지만, 상황이 절박한 금호아시아나로선 최종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투자 약속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3% 지분 몽땅" vs "경영권 지분만"

또다른 쟁점은 매각 대상 지분의 규모 문제다. 일단 가격에 대해서는 매각측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는데 공감대가 만들어진 듯하다. 양 후보 모두 2만원 초반대(옵션가격 포함)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협상과정에서 2만원 아래로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후보들이 대우건설 지분을 얼마나 매입하느냐 여부다. 후보들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만을 원한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그룹 보유 지분 외에 재무적 투자자 지분까지 합한 최대 73% 지분 모두 사 갈것을 원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로서는 대우건설 매각금액을 가능한 한 최대화함으로서 대우건설 풋옵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경영권에 상응하는 지분에 대해 웃돈을 지불하는데 하등 문제가 없지만, 경영권과 무관한 추가 지분에 대해 막대한 웃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2000원대, 만약 최종매각 가격이 2만에 정해진다면 시장에서 1만2000원이면 살 수 있는 주식을 주당 8000원을 더 주고 사는 셈이 된다.

결단은 금호 몫..산업은행이 최대 변수

두가지 쟁점을 둘러싼 매각 당사들 간의 대치 형국은 일단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인다. 다소간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매각의 다음 수순을 밟을지, 아니면 협상 결렬을 각오하고 요구 조건을 관철할 지는 금호아시아나가 판단할 몫이다.

문제는 금호의 자체 의지 만으로 딜이 성사되기는 이미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점이다. 현재 최대 변수는 산업은행의 존재다.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이미 산업은행을 최후의 보루로 상정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독 협상자를 선정할 시한을 넘기면서 매각 협상이 막판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도 같은 맥락일 것이란 추정이다.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주채권은행으로서 그룹 재무 사정 여하에 따라 재무건전성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지 모를 산업은행과 협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 배에 태운 이상 좌초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가겠냐는 발상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의 기대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장의 기대와 괴리되는 가격을 제시할 경우 산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플랜B 언급도 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보다는 압박에 무게가 더 실린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그룹으로서는 최근 산업은행이 동부그룹과의 동부메탈 인수 협상에서 협상 결렬을 감수하고도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선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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