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발휘' 중동서 무한질주한 한국건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12.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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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9 - 해외건설시장<상>]2년 연속 사상 최대수주실적 올려

지난해 47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효자 수출산업으로 부상했던 한국 건설산업은 올 상반기 최대 위기에 빠졌다. 상반기 중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13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 최대 수주전망도 400억달러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의 여파로 주요 발주국가들이 진행 중이던 입찰을 취소하는가하면 발주예정 공사들마저 시기를 무기한 연기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주력시장인 중동과 아시아가 80억달러, 4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46%가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하반기들어 유가가 상승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리비아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을 중심으로 속속 공사발주가 이뤄졌다.

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가 다시 유입되면서 잠시 유보했던 석유화학산업단지, 천연가스(LNG)플랜트,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년에 비하면 한정된 물량이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선진 건설사들을 압도하면서 지난 24일 현재 489억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해외건설 수주기록을 경신했다.
ⓒ해외건설협회ⓒ해외건설협회


올 수주실적을 분석해보면 전체의 73%인 357억달러가 중동에서 쏟아졌다. 특히 UAE에서는 총 158억달러를 수주, 올해 최대 수주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수주가 이어지면서 100억달러를 수주했다.



알제리(수주 순위 : 지난해 10위→올해 3위), 리비아(12위→4위) 등 북아프리카 국가의 수주가 급증하면서 메이저 해외건설시장으로 부상했다. 시장 개척 면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신흥시장 공략과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척 지원에 힘입어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적도기니 등을 중심으로 11억달러의 공사를 확보했다.

여기에 STX그룹이 가나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주택 20만가구 건설사업을 수주, 해외건설 영토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으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공종별로는 플랜트가 전체 73%인 356억달러를 기록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LNG·비료설비 플랜트 발주가 늘었음을 알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해외건설협회
내용면에서도 알찬 수확을 보였다. 기자재 국산화율의 경우 지난 2004년 8.4%에 불과했지만 2006년 17.7%, 2007년 19.2%, 2008년 22.1%에 이어 올해는 25%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동안 팽배했던 해외수주 실적 악화 우려 속에서도 2년 연속 400억 달러 수주, 총 3400억 달러 누적 수주고 달성, 해외진출국 총 125개국 돌파 등 풍성한 기록을 양산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본부장은 "국내 건설사들의 EPC(설계·구매·시공) 수행능력이 일본이나 선진 유럽국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해외건설협회ⓒ해외건설협회
국토해양부는 '해외건설 2년 연속 400억달러 달성'을 계기로 신시장을 다변화하고 플랜트 외에 설계·엔지니어링과 투자개발형 사업 등 진출분야를 다각화하기로 했다. 또 2조원 규모의 글로벌 인프라펀드 조성을 통한 금융지원 강화, 해수담수화, 가스액화 플랜트 등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세계 경기 회복과 함께 중동지역 수주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500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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