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는 우선 대우건설 (3,745원 ▼20 -0.53%) 매각에 총력을 쏟고 있다. 또 매각 성사를 자신하고 있다. 매각 가격이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2510원)에는 턱없이 모자라겠지만 금호로서는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위해 직접 뛰고 있다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또 대우건설 매각 후에도 부족한 풋백옵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지분 매각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서 바로 금호의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FI들에게 풋백옵션 대금을 지급해야 할 금호산업 (3,185원 ▼15 -0.47%)이 당장 위기에 처한다. KB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대우건설을 2만원에 매각할 경우 풋백옵션 대금을 감당하기 위해 부족한 금액은 940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 매각가는 2만원을 밑돌 것이 거의 확실시돼 부족액은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말 기준 금호산업의 자기자본은 1조1530억원. 금호산업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투자자산 매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자기자본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채비율은 치솟는다. 일부에서는 금호산업의 자본잠식과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산업은행에서는 '비상대책'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민유성 행장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검토 중인 비상대책에는 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안, 출자전환, 채권단 공동관리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이번주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연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정밀 실사 시간이 촉박하다. 자베즈나 TR아메리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호의 급한 사정을 감안해 통상적인 M&A보다 빠른 절차에 맞춰 딜을 진행해 왔는데 정작 결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해외 투자자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난다는 점도 시기상 더이상 결정을 늦추기 어렵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