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한명숙' 법원서 '진검승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12.22 10:07
글자크기

檢 "혐의 입증 문제없다"…韓 "검찰 수사는 허위 조작"

'5만 달러'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여 온 검찰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진검승부를 가리게 됐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이번 주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뇌물 액수를 감안할 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한 전 총리가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인데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 5만 달러를 받았는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공기업 사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사안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5만 달러 전달 여부가 핵심‥법정 공방 치열할 듯=가장 큰 쟁점은 과연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문제지만 뇌물죄 성립에 있어 이 부분은 유·무죄를 가리는 중요한 잣대가 아닌 만큼 우선 둘 사이의 금전관계를 밝히는 게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돈이 오고간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벌여왔지만 한 전 총리의 수뢰 혐의를 입증하는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일단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동행한 사실만으로도 인사청탁 정황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실세 정치인이었던 정 대표와 강 전 장관이 곽 전 사장과 함께 총리를 만난 것을 단순한 식사 자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곽 전 사장으로부터 "오찬 자리에서 특정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전 장관 등이 금품 전달과 인사청탁 부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난 시점이 석탄공사 사장 선임 시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인사청탁이 오간 정황을 뒷받침할 근거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난 2006년 12월20일은 석탄공사의 사장 후보 응모 마감 6일 전이었고 석탄공사는 이듬해 1월 산업자원부에 곽 전 사장을 포함한 3명을 신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의 입장은 다르다. 곽 전 사장의 초기 진술이 오락가락했고 금품 전달 부분에 대한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2만 달러와 3만 달러를 봉투 2개에 넣어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서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돈을 놓고 나왔다"는 등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 측은 이 같은 곽 전 사장의 모호한 진술을 근거로 검찰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 측은 지난 18일 대질신문 당시 곽 전 사장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한 전 총리 측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질신문 당시 곽씨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대단히 비정상적이고 뭔가에 쫓기는 듯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것처럼 보였다"며 검찰 수사의 적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뇌물죄 성립될까‥법원 판단 주목=통상 공직자의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금품을 수수하면서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뇌물사건의 특성상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공여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신빙성, 당시 정황 등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다. 물론 금품이 오고간 사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3자 진술 등도 진위를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하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로비'가 됐더라도 뇌물죄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난 이후 원하는 자리에 가지는 못했지만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된 점을 감안할 때 '뇌물-청탁-대가'로 이뤄지는 뇌물사건의 구조를 완벽히 갖췄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석탄공사 사장 자리는 대통령이 임명권자로 한 전 총리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고 검찰이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과연 법원이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진실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