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속 빛나는 '여야 명콤비'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12.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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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반복되는 여의도의 '연례행사'가 시작됐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예산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정당에 속한 의원들이 자당의 이익을 대변하고 당의 가치에 최대한 부합하는 결과물을 끌어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여야 전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전쟁이 그들이 입버릇처럼 부르짖는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전투가 아닌 정파·계파 간 이익으로 뭉친 사투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는 데 있다.



↑이낙연(민주당)의원↑이낙연(민주당)의원


↑이계진(한나라당)의원↑이계진(한나라당)의원
이런 와중에 보란 듯이 손을 맞잡고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 일하고 있는 여야의원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있어 최대 화두인 '4대강 예산'을 원만하게 처리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명콤비. 이낙연(민주당)위원장과 이계진(한나라당)간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14일 4대강 사업 예산 4066억원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규정한 전국 농업용 저수지둑 높이기 사업을 정부안대로 4066억원 모두 통과시키되 이 가운데 700억 원은 4대강이 아닌 다른 곳의 농업용 저수지를 위해 쓰도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해 여야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측 간사인 이계진 의원과의 '물밑 대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당이 대립되는 문제가 나오면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그 사이에 나는 여당의원들을 설득하고 위원장은 야당의원들을 설득해 왔다"며 "그야말로 양보의 협상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우리가 '농민'이라는 대상을 놓고 서로 타협안을 만들어 낸 것처럼 전국 예산도 여야가 '국민' 하나만을 보고 타협점을 찾아간다면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위 소속 의원들은 20년 동안의 난제였던 농협구조 개편 문제를 위한 농협법 개정안도 2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상임위에서 큰 무리 없이 통과시켰다.



↑정장선(민주당)의원↑정장선(민주당)의원
↑원유철(한나라당)의원↑원유철(한나라당)의원
지식경제위원회의 장장선(민주당)위원장과 원유철(한나라당)의원도 '쿵짝'이 맞는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여야 의원 103명의 서명을 받은 쌍용자동차 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두 의원은 각각 경기도 평택을 지역구로 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경위는 소속 의원들의 사이가 좋기로 워낙 유명하다. 지경위는 지난해 12월 여·야 대치국면 속에서도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전력을 다해 모범 상임위 중 으뜸으로 꼽혀왔다.

한편, 지경위와 농수산위는 지난 17일 '막걸리'를 두고 의기투합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막걸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지경위 위원들과 쌀 소비 촉진 활성화를 부르짓는 농림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함께 막걸리 한잔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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