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계약금포기" 심상찮은 경기 동북부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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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집 안팔려 자금난, 5000만원 싸게 내놔도 '찬바람'

#1.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 양주시 S아파트 166㎡를 어렵게 처분했다. 등기를 하지 않고 분양권 상태로 팔기 위해 분양가(4억4000만원)보다 4000만원이나 싼 값에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다.

김씨가 분양가의 10%인 44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한 만큼 사실상 계약금을 날린 셈이다. 분양 당시엔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낼 계획이었지만 막상 입주가 시작되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전셋값이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불과한데다 중대형이라 전세 수요도 많지 않았다.



#2.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J아파트 163㎡를 분양받은 박모씨는 며칠 전 중개업소에 분양권을 내놨다. 계약금 4000만원을 포기하더라도 가급적 분양권을 빨리 처분하고 싶은 게 박씨의 심정. 현재 살고 있는 남양주시 퇴계원면 105㎡ 아파트를 처분해 입주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한 것은 집값이 떨어져서다.

박씨가 소유한 아파트 값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매수세가 끊겨 집을 내놓은 지 두 달이 넘도록 집구경 오는 사람도 없다. 박씨의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4000만원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 등록돼 있다.



"입주·계약금포기" 심상찮은 경기 동북부


수도권 동북부 새 입주 아파트(또는 입주 예정단지)에서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등기 전 분양권 상태로 처분을 원하는 아파트 계약자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007년 아파트 공급이 잇따랐던 경기 남양주, 양주 등에선 분양가보다 4000만∼5000만원 싼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로 잔금 마련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매수세가 끊기면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는 것도 계약금 포기 분양권 매물이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 하락세를 이어가는 경기도 아파트 시세 ⓒ닥터아파트↑ 하락세를 이어가는 경기도 아파트 시세 ⓒ닥터아파트
남양주시 진접읍 C중개업소 관계자는 "DTI, LTV 등 규제로 주택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계약금 포기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는 내집이 안 팔려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껴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주시 고읍지구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과 달리 수도권 동북부에선 중대형 전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며 "담보대출, 입주지연 이자, 등기 비용 등을 지불하느니 분양권을 처분하는 게 속편하다고 판단하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분양가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앞서 분양한 아파트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분양가보다 싼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는데다 거래마저 냉각된 만큼 가격이 단기간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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