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본격 시작…'기대와 실망 교차'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12.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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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30분 서울에 위치한 우리은행 을지로지점 2층,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시각이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영업을 시작한 '우리미소금융재단'에서 대출상담을 받으러 온 이들이다.

준비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한 오전 9시 10분께는 이미 10명이 대출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자는 점차 늘었고, 1시간 뒤인 오전 10시경에는 방문자가 40명을 넘어섰다.



영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날인 17일에도 106명이 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전화 상담은 450여건에 달했다. 이날 출범식을 연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급한 마음에 지점을 찾거나 전화를 건 사람들이 많아 재단은 영업 개시 전날부터 상담을 시작해야 했다.

미소금융에 거는 기대도 컸다. 서울 종로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이후 주문이 줄어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급한대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통해 돈을 마련했는데, 그러다보니 신용등급이 예상보다 많이 내려가 버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2금융 대출을 쓰긴 했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 생활이 힘들다"며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형편이 눈에 띄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맡은 정진훈 우리미소금융재단 상담역은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서민들의 관심이 뜨거워 책임감이 무겁다"며 "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상담자가 많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이들의 수는 제한적이었다. 부채액이 1000만원 이상이고, 보유 재산 대비 부채비율이 50% 이상이면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흥에서 제빙기 판매·수리업을 하고 있다는 정모씨는 "부채비율이 높다고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은행 대출이 있지만, 지금까지 연체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용이 나쁜 이들 대부분은 은행 빚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운영할 바에는 굳이 '미소금융'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저신용자에게 대출해준다고 선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17일 우리미소금융재단을 방문상담한 106명 가운데 41명만 대출 신청이 이뤄졌다. 이들 중에서도 최종적으로 몇 명이 대출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후 사업 관련 컨설팅과, 대출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관계자는 "대출심사를 규정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딱하더라도 별 수가 없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개점 1시간 만에 40명이 방문했지만, 20여명 밖에 상담을 받지 못했다. 3명의 상담역만이 상담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 방문자는 "기다림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왔는데도 30분 정도 기다렸다"며 "오후에 왔으면 하염없이 기다릴 뻔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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