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표심, 예산안, 노이즈마케팅](https://thumb.mt.co.kr/06/2009/12/2009121510065606252_1.jpg/dims/optimize/)
언론인으로 오랫동안 국회를 출입하다 정계에 발을 디딘 선배의 말이다.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랬다는 얘기였다. 이 선배는 그러면서 자신도 기자일 땐 누구누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예산 늘리기만 신경 쓴다는 기사를 쓰곤 했는데 '이쪽 세계'에 들어와서 보니 그럴 게 아니더라고 했다.
얘기인즉 이렇다.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텃밭 관리'다. 선거 때마다 비례대표로 나갈 수도 없으니 의원으로 장수하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벽'을 쌓으면 공무원 정년도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텃밭 관리에 딱 들어맞는 방법이 예산 확보다. 이만한 사업을 이만한 돈을 따와 해냈다는 생색내기다. 선거 때도 '이런 일을 하겠다'보다 '이런 일을 했다'가 잘 먹힌다.
올해도 이런 구태는 어김없다. 지난 주 국회 국토해양위 예산 처리 결과 3조5000억원이 늘었다. 국토위 소속 C 의원은 지역구 예산 2700억원, D 의원은 135억원, E 의원은 50억원을 증액시켰다. 언론에선 지역구 예산 챙기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지만 오히려 이들 의원은 반색했다.
그렇다고 해서 기사를 안 쓸 순 없다. 이렇게라도 쑤셔대야 조금이나마 '곳간'이 새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과 노이즈 마케팅의 간극. 예산안 심의를 지켜보는 기자들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