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IDT 매각 무산 미스터리

더벨 김효혜 기자 2009.12.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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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팩 TGY 주주들이 반대한 듯..금호측은 위약금도 못받아

더벨|이 기사는 12월11일(16:4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IDT의 매각이 인수 업체인 TGY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계약까지 끝냈던 딜이 갑작스레 무산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 (3,210원 ▼30 -0.93%)은 지난 7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지분 100%를 1억3879만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자본금 639억원의 미국계 스팩(SPAC)인 TGY(Tremisis Energy Acquisition CORP II) 의 지분 50%+1주를 950억원에 취득, 아시아나IDT 경영권을 유지할 방침이었다.

계약의 전제조건은 TGY의 주주들의 승인, 즉 주주총회의 가결이었다. 그러나 12월 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소집되지 않았고, 딜은 자동 무산됐다.



TGY는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프락시 스테이트먼트(Proxy Statement: SEC가 M&A 관련 사항에 대해 요구하는 공시 서류)를 제출해 S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서류 준비 시간이 촉박해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딜의 무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TGY가 의도적으로 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SEC가 요구하는 서류가 워낙 까다로워 준비 시일이 촉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TGY가 주총을 열었다면 주주들은 아시아나IDT와의 M&A를 분명 부결시켰을 것"이라며 "TGY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류 제출 시한을 연기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TGY는 지난 2007년 3월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존립 시한이 지난 12월 6일로 지정된 스팩이다. 미국에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스팩은 증시에 상장된 후 비상장 우량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한다. 공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장외 우량업체를 M&A 하는 조건으로 상장되며 이후 인수한 기업과 합병한다. 스팩은 그 성격상 주주들의 동의와 승인 없이는 어떠한 딜도 진행할 수가 없다.

문제는 TGY의 주주들이 M&A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높은 수익을 거두었다는 점에 있다.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해에스팩에 참여한 일부 주주들은 주가 폭락으로인해 공모가보다 10~20% 하락한 가격으로 스팩의 지분을 획득했다. 이들은 다시주가가 회복됨에 따라 그만큼의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그 외 다른 주주들도 당시 스팩 운영자금으로 예치했던 자금을 국공채나 MMF에 투자해 연 평균 5%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2년 간 약 10%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미국의 주주들이 현재의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스팩의 청산을 원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20%를 뛰어넘는 수익률이 보장된 딜이 아니면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딜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TGY는 어차피 부결될 것을 알면서 굳이 주총을 열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승인을 얻으면 서류 제출 마감 시한을 연기할 수 있지만 주총까지 소집했는데도 부결이 된다면 TGY의 딜을 도맡아 진행한 이들의 평판(Reputation)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TGY 관계자는 시한을 연기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연기해야겠다는 판단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TGY는 딜 무산에 따른 위약금은 금호측에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사안이 주총의 최종 승인을 전제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TGY가 계약 무산에 대해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것.

결국 시장의 의문은 금호가 TGY와 같은 스팩의 성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냐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호가 미국 스팩의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딜을 진행했다면 그야말로 어이없는 실수"라며 "매각 작업에 들인 시간과 비용, 실무진들의 노력만 아깝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금호가 알고 있었음에도 딜을 진행한 것이라면 '예정된 무산'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금호는 아시아나IDT의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위해 조만간 재매각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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