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FI, 풋백옵션 연장 해 줬지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12.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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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FI) 대부분이 풋백옵션 행사를 1개월 늦추기로 결정했다. 금융계는 "금호 아시아나 그룹은 급한 대로 발등의 불을 껐으나 우려는 여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본 게임'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와 대형 사모펀드(PEF) 등 대우건설 (3,690원 ▼45 -1.20%) FI들은 15일부터 행사할 수 있는 풋백옵션을 1개월 뒤로 미룬다는 합의서를 금호그룹에 발송했다.



18개 FI 가운데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을 비롯해 칸서스, KTB 등 PEF와 은행권은 대부분 풋백옵션 행사를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일부 FI의 방침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의 풋백옵션이 행사돼도 금호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금호그룹은 FI들에게 풋백옵션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내년 6월 15일까지 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FI 관계자는 "지금은 풋백옵션 행사보다는 대우건설 매각이 과연 가능한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 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 등이 자금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자금 문제가 해결돼도 넘어야 할 산은 적잖다. 인수 후보들이 '급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에 제 가격을 쳐주겠냐는 것이다. 금융계가 "대우건설 지분(50%+1주)은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금호그룹의 설명에도 고개를 흔드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기대대로 대우건설이 1주당 2만 원에 팔린다면 문제가 없다. 여기서 확보된 3조3000억 원과 금호생명,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렌터카 등의 처분자금이 모이면 4조5000억 원 가량. 풋백옵션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대로 대우건설의 프리미엄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일단 FI들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금호그룹 전체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FI들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 풋백옵션도 함께 매각해 달라"며 공동매각 청구권을 요구한 건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가격이 1만 원 대 후반만 되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매각 시한이 정해진 시점에서 충분한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는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는 이번 딜이 실패할 경우 대우건설을 공동 관리하는 비상대책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을 무리한 가격에 파는 것 보다는 금융권에 경영권을 넘긴 후 시간을 두고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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