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두바이에 100억弗 쐈다(상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12.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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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킬, 만기도래 채권 값고 운전자금 쓸 수 있어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 정부와 UAE 중앙은행이 두바이 금융지원펀드에 100억달러를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달 25일 국영회사의 채무동결을 선언하며 금융위기에 내몰린 두바이는 UAE의 큰 형 격인 아부다비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또 두바이의 부도 가능성으로 크게 흔들렸던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도 진정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14일 아부다비의 지원금으로 두바이 월드가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자회사 나킬의 41억달러 어치 이슬람채권(수쿠크)을 상환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두바이 정부에 따르면 나머지 자금은 내년 4월30일까지 채무상환, 이자지급, 회사 운전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에드 알 막툼은 성명을 통해 "두바이는 오늘을 계기로 투자자 금융기업 채권단 직원 시민 등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두바이는 강하고 역동적인 글로벌 금융센터로써 행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두바이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두바이월드의 채무가 260억달러인데 아부다비는 100억 달러만 우선 지원했다. 전액 보증을 통해 완전한 해결을 해줄 수 있음에도 두바이의 숨통만 틔운 셈이다.



이는 향후 두바이의 금융 정책을 관리할 수 있는 고삐를 쥐고 앞으로도 두바이를 압도하는 UAE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추가지원이 필요한 두바이로서는 UAE의 새 얼굴로 자처하며 승승장구했던 과거를 일단 잊고 당분간 아부다비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25일 두바이 정부가 국영 개발회사 두바이월드와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의 채권단에 대해 내년 5월30일까지 6개월간 채무상환을 '동결(standstill)'할 것이라고 발표,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면서 두바이 쇼크가 시작됐다.

이 소식에 두바이의 5년물 국채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스프레드가 급등했고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요동쳤다.


지난달 30일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모른 척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다 뉴욕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며 두바이 쇼크를 이겨내는 듯 했으나 지난 8일 모간스탠리가 두바이월드의 채무조정 규모를 종전보다 많게 추산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에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화에 나섰고 쇼크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이날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1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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